사회 사회일반

‘검수완박’ 이어 또…野 입법폭주 길터준 헌재

[노란봉투법·방송3법 직회부 권한쟁의심판 기각]

방송법만 '권한침해' 일부 인용

민주, 11월 본회의 처리 으름장

표결 강행땐 정국 더 얼어붙을듯

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 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유남석(가운데)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위헌 제청 및 권한쟁의 심판 선고에 앞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야당의 주도로 강행된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것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문제없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헌재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이은 편향적 결정이라는 평가와 함께 야당의 입법 폭주에 문을 열어줬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헌재는 26일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국회의장을 상대로 노란봉투법·방송3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한 것이 적법했는지 따져달라며 낸 권한쟁의심판에 대해 각각 기각 결정했다.

우선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시켰다. 헌재는 “환노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 절차를 준수해 이뤄졌고 그 정당성이 본회의 표결 절차로 인정됐으므로 국회법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에 대해서도 “국회법 절차를 준수한 것으로 절차나 내용상의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방송3법과 관련해서도 헌재는 같은 판단을 내놓았다. 헌재는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권 범위를 벗어난 심사를 하면서 60일의 심사 기간을 도과했다면 이러한 심사지연은 그 자체로 이유가 없다”며 “과방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므로 이를 전제로 한 무효확인 청구는 살펴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의장의 가결 선포 행위 역시 “국회법의 절차를 준수한 것으로 여기에 독자적인 절차나 내용상의 하자가 없다”고 봤다.

다만 이은해·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은 과방위원장의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에 대해 권한 침해에 해당한다며 인용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들 재판관들은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는 국회법을 위반한 것으로 청구인들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본회의 부의 요구행위의 위헌성을 해명하고 향후 유사한 행위의 반복을 억제하는 데는 충분하다며 무효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다수의 재판관들이 국회법 해석과 관련해 국회 내부의 절차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고 봤다”며 “국회가 이러한 절차를 준수해 법률안을 본회의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러한 결정은 존중돼야 하고 국회 이외의 기관이 그 판단에 개입하는 것은 가급적 자제돼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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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11월 9일 본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혀온 가운데 헌재가 기각 결정을 내놓으면서 정치권에서는 의석수를 등에 업은 야당의 입법 독주가 더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헌재 결정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며 여당에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 헌재의 현명한 결정을 존중한다”며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올 3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는 방송법 개정안을, 올 5월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은 표결을 강행해 본회의에 부의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가 심사를 60일 안에 마치지 않을 경우 해당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하면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다.

특히 노란봉투법은 노조의 파업 범위를 대폭 넓혀 하청 업체 직원이 원청인 대기업에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계에서는 ‘원·하청 간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법안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계류할 사유가 있었는데도 민주당이 여야 합의 없이 부의를 강행해 자신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반면 야당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직회부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확인시켜준 실망스러운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방송3법의 경우 안건조정위 심사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법”이라며 “이러한 강행 처리에 면죄부를 주면 국회법대로 법사위에서 60일만 지나면 상임위에서 5분의 3 이상을 가진 민주당은 어떠한 법이든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헌재 결정을 계기로 민주당이 쟁점 법안들의 통과를 강행할 경우 총선을 앞둔 연말 정국은 더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정국에서 극한 대립을 이어온 여야가 또다시 정쟁에 매몰되며 민생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또 앞서 야당 주도로 통과시켰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폐기된 양곡관리법·간호법과 같이 ‘야당의 입법 강행-대통령 거부권-법안 재추진’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성욱 기자·전희윤 기자·유정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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