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링파오(립모터) 지분 20%를 약 85억 홍콩달러(약 1조4718억 원)에 사들이는 투자를 한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시장에서 입지 강화를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스텔란티스가 링파오 지분을 주당 43.8홍콩달러에 매입할 예정이며, 이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19%의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스텔란티스도 별도 성명에서 이번 링파오 지분 매입으로 지분율 20%와 이사회 2석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링파오의 현재 시장가치는 54억달러(약 7조3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통신은 이번 계약에 따라 스텔란티스는 중국 이외 지역에서 링파오 전기차를 제조·판매하는 것은 물론 링파오 전기차 부품 및 특정 기술 접근권을 얻는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양사 간 합작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링파오는 2015년 12월 설립된 이래 C01, C11 등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전기차를 생산하는 업체다. 특히 전기차 뼈대인 중앙집중형 전기·전자 아키텍처, 배터리 셀 여러 개를 묶는 중간 단계(모듈)를 건너뛴 ‘셀 투 팩(Cell to Pack)’ 기술 등을 보유했다. 또한 중국 내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선두권 업체로 꼽히며, 폭스바겐이 링파오로부터 전기차 플랫폼 기술을 사들여 자사 콤팩트 세단 ‘제타’에 적용하는 것을 검토 중으로 전해졌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이번 투자에 대해 “중국 사업모델 공백을 해결하고 중국 안팎에서 링파오의 경쟁력을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크라이슬러·피아트·지프·푸조 등 유명 브랜드의 모기업이지만 중국에서는 지난해 지프 공장의 생산을 중단한 이래 공략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스텔란티스 측은 블룸버그통신에 “중국 제조업의 역동성과 연계된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가 올해 1~8월 주요 기업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중국 BYD(비야디)가 21.1%로 1위다. 미국 테슬라가 13.5%로 2위,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SAIC)이 7.5%로 3위를 차지했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는 각각 6.8%, 4.4%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