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26일 공식 출범했다. 여성·청년 등을 대표해 당에 활력을 일깨울 수 있는 인물 다수가 합류했지만 당의 쇄신을 이끌고 민심을 전할 만큼의 상징성을 가진 파급력 있는 인사는 없었다. 인 위원장은 활동 방향과 관련해 “공천 방향에 대해서는 고민할 수 있지만 구체적인 공천룰을 건드릴 생각은 없다”는 요지의 입장을 밝혀 여당의 내년도 총선 전략에 대한 밑그림은 여전히 안갯속에 남게 됐다.
인 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을 제외한 12명의 혁신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인 위원장은 “꼭 먹어야 할 쓴 약을 조제해 당이 바른 길을 찾게 하겠다”며 “일주일이 지나면 (우리의 질책에) 당에서도 걱정을 많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의 정식 명칭은 ‘국민의 뜻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혁신위원회’로 정해졌다. 총 60일 동안 활동한다. 인 교수는 보수 통합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혁신위에는 여성·청년·수도권·비정치인이 다수 등용됐다. 총 12명 중 7명이 여성이고 20~40대층이 8명이다. 현역 의원 중에는 박성중 의원이 유일하게 참여했다. 원외에서는 여당이 열세인 지역에 근거지를 둔 김경진 서울 동대문을 당협위원장, 오신환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 등이 합류했다. 비윤계 합류는 불발됐다. 인 위원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제가 쓴소리 많이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선을 두고 ‘다양성’이라는 구색을 갖췄지만 감동을 줄 인선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여당 중진은 “12명 중 3명을 제외하면 모르는 인물이고, 왜 필요한지 수긍이 안 되는 인물도 있다”며 “다만 오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과 소통이 되는 사람이라는 측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혁신위는 27일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공천룰이 혁신 범위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인 위원장은 “내 책임은 국민의힘이 바른 기초를 다지고 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공천까지 내가 앞서나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공천의 가장 기본적인 방향은 고민할 수 있지만 구체적 공천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라고 발언을 부연했다.
‘공천 시스템을 직접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쇄신 동력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당이 총선기획단·인재영입위의 조기 발족을 예고하면서 ‘지도부가 혁신안을 취사선택할 명분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터였다. 여기에 김기현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자에 대한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는 ‘국민공천배심원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해당 조직의 출범 시기를 당헌당규 규정(선거전 120일)보다 30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가 출범하기 전 총선 시계를 뒤로 미루며 이를 혁신안을 견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쌓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