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장남 김준영 씨가 보유한 에코캐피탈에 호반그룹 계열사들이 수년간 수백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사주면서 자금 조달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칼 지분 거래에 이어 하림과 호반 사이의 ‘끈끈한’ 관계가 또 한번 드러났다는 평가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호반건설과 ㈜호반, 호반프라퍼티, 호반 계열사인 티에스자산개발 등이 보유한 에코캐피탈 CP는 총 550억 원으로 전체 발행 CP의 38.4%에 달했다. 총 차입금 기준으로 보면 26.7%로 4분의 1이 넘었다.
캐피털사는 예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자금을 빌려와 영업을 하는데 에코캐피탈은 상당 부분의 자금을 호반에 의존했다. 에코캐피탈과 호반 간 CP 거래는 올 들어서도 계속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호반 측은 하림 계열사 수준의 금리를 받으며 에코캐피탈을 우대했다. 올 5월 31일 만기였던 호반건설의 에코캐피탈 CP 50억 원의 금리는 5.3%로 6월 1일 만기인 하림푸드 30억 원어치 금리와 같다.
특히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에코캐피탈 CP를 사줬다. 우리은행의 4월 초 만기 CP의 금리는 6.22%였지만 티에스자산개발이 매입한 에코캐피탈 3월 말 만기 CP 금리는 4%에 불과했다.
호반은 2018년 호반베르디움과 에이치비탕정이 100억 원 규모의 에코캐피탈 CP를 사준 것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매입 규모를 늘려왔다.
에코캐피탈은 김준영 씨의 개인회사다. 김 씨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올품이 에코캐피탈 주식 100%를 들고 있다.
투자 업계는 이 같은 양측 밀월 관계에 기반해 호반이 HMM 인수를 추진 중인 하림 측 컨소시엄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홍국 회장과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은 호남 출신 동향으로 사이가 각별하다”며 “수천억 원의 자금 지원을 호반이 준비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하림은 “HMM 인수와 관련해서는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배경에는 최근 양측 간 한진칼 주식 거래가 한몫했다.
지난해 말 건설사들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에 어려움을 겪자 호반건설은 한진칼 지분 5%를 하림 측에 넘겼고 하림 계열사 팬오션은 최근 기존 보유 물량 0.8%를 더해 한진칼 지분 총 5.8%를 호반건설의 자회사 호반호텔앤드리조트에 되팔았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 간 CP 매입이나 주식거래가 위법은 아니지만 오너가 지원 등에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