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거대 인공지능(AI) ‘하이퍼클로바X’를 출시한 네이버가 기업간거래(B2B)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하이퍼클로바X를 B2B AI 개발도구인 '클로바 스튜디오'에 탑재하고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수익 창출에 나섰다. 일단 국내에서 주요 레퍼런스(고객 사례)를 확보한 뒤 중동과 동남아, 일본 등 자국어 중심 AI 구축 수요가 있는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클라우드는 최근 클로바 스튜디오에 하이퍼클로바X를 탑재했다.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 형식이지만 많은 기업 고객들이 하이퍼클로바X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클로바 스튜디오는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네이버의 초거대 AI에 결합해 AI 기반의 특화된 서비스를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도구다. 개발 관련 전문지식이 없이도 몇 줄의 프롬프트 입력만으로 원하는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네이버는 클로바스튜디오를 통해 구형 모델인 '하이퍼클로바'를 제공해 1000개 이상의 기업과 기관에서 자체 특화 AI 서비스를 개발해왔다.
기업 고객들은 신형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자체적인 생산성 향상 도구를 구축하거나 맞춤형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네이버는 '스킬 트레이너' 등 신규 기능도 추가했다. 스킬 트레이너는 모델에 네이버쇼핑·네이버 여행 등 네이버 내·외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연결하는 기능이다. 정확하고 전문적인 정보를 갖춘 최신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한국어와 영어를 중심으로 학습한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해 국내 산업 경쟁력이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융, 유통, 교육, 공공 등 다양한 고객이 생산성을 높이거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퍼클로바X의 수익화를 위해 전면적인 기업 고객 모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월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선보인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는 당장 직접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서비스다. 기업소비자간거래(B2C)가 아닌 B2B 서비스를 통해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고객 유치를 위해 내년 2월까지 이용 요금을 최대 75% 할인한다.
이와 함께 보안성이 강점인 완전 관리형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서비스 ‘뉴로클라우드’도 이달 출시했다. 고객사의 데이터센터 내부에 직접 설치하는 구축형 서비스다. 보안 침해·유출에 대한 우려 없이 기업이 자체적으로 안전하게 대규모 언어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전용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클로바 스튜디오 익스클루시브' 솔루션도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익스클루시브 솔루션을 통해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고도 고성능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으며 할당된 전용 인프라는 실시간 수준의 안정적인 성능과 사용량을 보장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해외 모델의 경우 한국어를 처리할 때 영어 대비 약 3~4배 많은 토큰이 필요해 비용·성능 측면에서 불리하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면서 “하이퍼클로바X가 같은 비용 대비 높은 성능을 나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국내 AI 생태계 확장 과정에서 주요 레퍼런스를 확보하며 하이퍼클로바X의 기술력을 입증한 후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중동, 동남아, 일본 등 자국어 중심 AI 구축 수요가 있는 곳이 타깃이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자치행정주택부로부터 1억 달러(약 1350억 원) 규모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한 것도 하이퍼클로바X 수출에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이다. 네이버는 사우디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중동에 클라우드 리전을 구축하며 교두보를 마련할 예정이다.
한편 네이버는 영국 정부의 초청으로 정부와 삼성전자와 함께 내달 1∼2일 영국 버킹엄셔주 블체츨리 파크에서 열리는 AI 정상회담에 참석한다. AI의 위험성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이번 회담에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