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2023 한국건축문화대상] 학생 설계공모전 대상 '숨001'

UAM·공유형 자동차 시스템으로 녹지 회복

‘숨001’의 메인 이미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건물에 UAM포트가 들어서 있으며 주차장 부지는 무성한 나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진 제공=백진욱‘숨001’의 메인 이미지.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건물에 UAM포트가 들어서 있으며 주차장 부지는 무성한 나무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진 제공=백진욱




"땅의 숨구멍을 회복하는 미래도시·교통을 제안하고 싶었습니다.”

현대 도시에서 흙으로 덮인 땅을 찾기는 쉽지 않다. 더 빠른 시간 내에 이동하려는 욕구에 곳곳에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기존의 땅은 무분별하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였다.



잿빛 시멘트가 도시공간을 채워가고 있는 사이 삭막한 환경과 도심 열섬 현상 등에 대한 뉴스는 빈번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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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대중교통의 허브인 서초구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부지도 주변 땅을 시멘트로 덮어가면서 규모를 확대했다. 1978년 도심집중을 완화하기 위한 종합버스터미널이 현 부지에 설립됐고 교통량이 늘어남에 따라 1990년 반포천을 복개해 추가 도로와 600대의 규모의 주차장을 마련했다. 터미널이 넓어지면서 ‘땅’은 사라져갔다.

2023 건축문화대상에서 학생 설계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고려대 백진욱, 김세광, 박지열 학생은 프로젝트 ‘숨001’을 통해 고속버스터미널의 땅을 새롭게 복원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우선 이들은 철도산업 발전과 신 교통수단 도입으로 고속버스터미널의 ‘광역 버스 서비스’ 기능이 축소될 것으로 봤다. 이에 터미널 내 비워지는 공간에 ‘프로토타입(핵심 기능이 담긴 기본 모델)’을 결합한다. 상부에는 미래 운송 수단인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패드(이·착륙장)가, 하부에는 공유형 자율주행 자동차 주차장이 들어서는 프로토타입이다. 고속터미널을 시작으로 인근 곳곳의 다른 건물들에도 프로토타입을 도입한다. 이 경우 UAM이 고속버스를 대신하면서 지상 교통량이 줄어들고, 공유 자동차로 개인소유 차량도 줄어들면서 도로 이용률도 감소한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되면 도로가 다시 녹지로 환원될 수 있다는 게 학생들의 생각이다. 백진욱 학생은 “UAM과 공유형 자율주행 자동차 시스템 확대를 통해 도로의 상당 부분을 녹지로 환원할 수 있다고 봤다”며 “녹지가 늘어나면 땅의 기능이 회복되기 때문에 프로젝트 이름도 ‘숨’이라고 명명했다”고 말했다.

기존 터미널 공간도 적극 재활용한다. 땅이 흡수한 빗물을 집수장치로 지하층에 모은다. 이 물을 도시 공간에 필요한 곳에 공급할 수 있다. 건물이 물을 품고 있는 만큼 하나의 쿨링센터로 기능할 수 있게 역할도 부여한다. 콘크리트로 데워진 도심의 열기를 낮추는 장치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이 밖에 1층에는 집수된 물을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공공 장소를 마련했다. UAM 이용을 위한 대기공간, 매표 공간도 기존 터미널 공간을 활용한다. 현재 고속버스터미널에 들어서 있는 화훼시장을 보존하면서 녹지와 연계된 곳에는 연구실 공간 등을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학생들은 “고속버스터미널 뿐만 아니라 인구 감소로 문을 닫는 학교 등으로 숨002, 숨003 프로젝트를 확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의 교통 체계는 건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도시의 모습을 새롭게 창조한다. 학생들이 제안한 ‘숨001’프로젝트는 이러한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심사위원은 “포장되었던 땅을 다시 드러내는 건축이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평가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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