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건전 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경제 살리기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하겠다면서 여야의 협력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65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건전 재정과 관련해 “미래 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면서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약자 보호에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물가와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가 많다”며 “국회의 많은 협조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복합 위기에 직면한 우리 경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런데도 여야 정치권은 그동안 경제 살리기 입법 등을 내팽개친 채 진흙탕 정쟁에 매몰돼 국민들에게 피해를 안겼다. 윤 대통령이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거국적·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부탁한다’와 ‘협조’의 표현을 각각 다섯 번이나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경기 침체 장기화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비상한 각오로 초격차 기술 개발 지원 등 성장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전방위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여야는 무한 정쟁을 멈추고 경제 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정치 복원에 힘을 모아야 한다. 이를 위해 여권은 독선의 국정 운영에서 벗어나 소통·설득의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진정으로 야당의 협조를 요청해야 할 것이다. 거대 야당도 국정 발목 잡기에서 벗어나 건전한 견제와 대안 제시라는 제1야당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은 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 면전에서 피켓 시위나 벌일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민주당 강경파의 한 의원은 시정연설을 마친 뒤 악수를 청한 윤 대통령에게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말했다고 자랑하듯이 소개했다. 야당도 강성 지지층에 매달리는 행보에서 벗어나야 민생을 위한 협력에 나설 수 있다. 여야 정치권은 모두 ‘민생 우선’을 약속한 것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실질적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여야는 경제 회복과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구조 개혁, 규제 사슬 혁파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내년 4월 총선에서 역풍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