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마이크로바이옴, 식욕 감소 없이 비만 치료…요요현상 최소화"

■제2회 바이오메디컬포럼 강연 -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

식욕 억제 기전으로 치료하는

기존 제품들보다 부작용 적어

비만여부 따라 장내구성 변화

비만인 쥐에 먹이니 날씬해져

체중 줄어도 근손실은 최소화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서경 바이오메디컬포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무한 변신…항암제부터 비만 치료제까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서경 바이오메디컬포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무한 변신…항암제부터 비만 치료제까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전 세계적으로 비만 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비만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 여부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변화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동물 실험에서도 체중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마이크로바이옴 전문 기업인 지놈앤컴퍼니(314130)는 체중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에 근거해 비만 치료제 개발을 추진한다.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서경 바이오메디컬포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무한 변신…항암제부터 비만 치료제까지’라는 주제 강연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비만 치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건 (연구자들 사이에서) 알려져 있었던 사실”이라며 “비만인 사람과 마른 사람 간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비만인 쥐에게 마이크로바이옴을 먹인 후 날씬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과 생태계의 합성어다. 인간의 몸속에 존재하는 100조 개가량의 미생물 등 전체를 말한다. 몸속의 미생물은 건강과 질병에 미치는 영향이 커 ‘두 번째 유전체’라고 불린다. 마이크로바이옴이 건선, 역류성 식도염, 비만, 대장·심혈관계 질환 등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가 잇따라 상용화되고 있다. 차세대 의약품 모달리티로 평가되며 국내 기업들도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비만 치료제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등이다. 배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할 경우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으로는 두통, 수면 장애, 변비, 근육 감소 등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치료제들은 ‘글루카곤양 펩티드-1(GLP-1)’ 제제의 비만 치료제다. GLP-1은 소화기관의 운동과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체중을 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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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대표는 “마운자로의 데이터를 보면 체중의 25%가 감소하지만 식욕 억제 기전이기 때문에 복용을 중단하면 요요 현상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마이크로바이옴은 마운자로 등의 제품만큼 효과가 크지는 않지만 부작용을 줄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발견한 한 균주는 식욕 감소가 없는 상태에서 체중을 떨어뜨린다”며 “식욕 감소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체중을 줄인다면 요요 현상을 완화하는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서경 바이오메디컬포럼에서 한 참석자가 배지수 대표의 강연을 들으며 필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회 서경 바이오메디컬포럼에서 한 참석자가 배지수 대표의 강연을 들으며 필기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체중 감소 과정에서 근육보다는 지방이 줄어드는 효과도 확인됐다. 배 대표는 “후보 균주를 찾아서 대사체를 봤는데 의미 있는 대사체가 나왔다”며 “체중 감소 효과가 발견된 가운데 지방은 확실히 감소하고 단백질이 줄지 않아 근육이 감소하는 것을 막아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만을 치료할 때 지방과 근육량이 같이 감소하는 걸 보완해주는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항암제 임상이 마무리되고 있는 가운데 다음 파이프라인으로 비만 치료제 방향을 강력하게 추진하려고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마이크로바이옴은 주로 장 질환 치료제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페링제약은 지난해 11월 설사와 장염을 유발하는 클로스트리듐디피실감염증(CDI)을 적응증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레비요타’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레비요타는 인간의 분변에서 추출한 미생물을 정제해 치료제를 만든다. 직장에 투약하는 방식으로 CDI를 치료한다. 올 4월에는 먹는 방식으로 CDI를 치료하는 세레스의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SER-109’가 승인됐다.

최근에는 고형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배 대표는 “면역 항암제가 암을 치료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중요한 메커니즘을 담당한다”며 “마이크로바이옴을 병용할 경우 무진행생존기간(PFS) 등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고형암에 대해 의미 있는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내년이면 의미 있는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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