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청론직설] “핵 버금가는 韓 고유 전략무기 개발해야 독자적 북핵 억제 가능”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러시아, 北에 첨단무기 기술 제공 가능성 크지 않지만

장거리미사일 통제 기술 이전하면 심각한 안보 위협

한미 확장 억제 강화하되 독자적인 전력도 제고해야

‘평양 초토화 위력’ 무기 개발, 3축 체계 고도화 필요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핵무기에 버금가는 전략무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평양을 마비시킬 수 있는 무기 체계를 갖춰야 독자적인 북핵 억제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핵무기에 버금가는 전략무기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평양을 마비시킬 수 있는 무기 체계를 갖춰야 독자적인 북핵 억제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등 북중러의 밀착이 가속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를 지원받고 반대급부로 북한에 핵·첨단 무기 관련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러 간 협력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무기 관련 기술을 얻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에 퍼주기식으로 첨단 무기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만일 장거리 미사일 통제 및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이전하면 한반도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전 차관은 이 같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3축 체계 고도화와 한국형 전략무기 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적에게 핵무기에 버금가는 피해를 줄 수 있는 한국 고유의 전략무기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미사일 한두 발로 평양을 마비시킬 수 있는 무기 체계를 개발해야 독자적으로 북핵을 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북한 도발이 잇따르고 있는데.

△북한의 미사일 도발도 최근 국제 정세의 가장 큰 변화인 자유 진영 국가와 전체주의국가 간 신냉전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선 것 역시 신냉전 체제 재편 과정에서 과거 냉전 시대의 연대를 복원하려는 차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추진도 북러 간의 결속력 다지기 차원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은.

△국제 관계에서 모든 국가는 자국의 이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러시아가 공짜에 가깝게 북한에 첨단 무기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무기 기술을 이전하면 국경을 접하고 있는 자신들에게 언젠가 불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역시 북한에 퍼주기식으로 첨단 무기 관련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북러 간 협력은 북한이 무기 관련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기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이 만약 러시아로부터 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통제 및 재진입 기술이나 위성 관련 기술 등을 얻어내면 우리에게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치밀하게 관리하고 조정해나가야 한다.

-러시아가 북한에 핵 고도화 관련 기술을 제공할 것으로 보는가.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러시아는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합법적인 핵보유국 지위를 누리고 있다. 따라서 불법적인 핵 보유 국가가 늘어날수록 러시아의 합법적인 핵 지위도 도전을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러시아가 과거에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비롯됐다. 우리 정부도 러시아의 대북 핵 기술 제공에 대해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올해 ‘핵무기 발전 고도화’를 헌법에 명시한 만큼 우리도 독자적인 핵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의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핵협의그룹(NCG) 창설과 미군의 전략 자산 한반도 배치 등의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미국이 워싱턴 선언을 통해 실질적인 확장 억제의 신뢰도를 높인 셈이다. 다만 한미 확장 억제 강화 외에도 우리만의 독자적인 전력 강화 또한 중요하다. 우리 스스로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은 3축 체계 고도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대한 선제 타격과 미사일 공중 탐지 요격 능력 강화, 북한의 공격 때 대량 응징 보복 능력으로 최소한 북한 수뇌부를 제거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핵무기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가 겪어야 할 국제 제재와 경제적 어려움, 외교적 고립을 생각한다면 확장 억제와 3축 체계 강화가 현실적인 해법이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우리도 핵 추진 전략 잠수함을 확보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에 계속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정부가 드러내놓고 개정을 요구하면 미국이 움츠러들 수 있는 만큼 물밑 노력을 통해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는 것도 핵 잠재력 확보 차원에서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핵 추진 잠수함 도입에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핵 추진 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보다 속도와 장거리 순항에서 유리하지만 고가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재래식 잠수함 여러 척을 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우리 안보에 핵 잠수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형 전략 무기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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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무기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지만 핵무기에 버금가는 재래식 무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파괴력이 크고 적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한국 고유의 전략 무기 개발이 필요하다. 그동안 미사일의 파괴력과 사거리 증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공개하기 어렵지만 상당한 수준의 발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탄두 자체의 파괴력은 핵탄두에 버금가기 어렵다. 따라서 이제는 탄두의 위력을 증가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사일 한두 발로 평양을 마비시킬 수 있는 무기 체계를 개발해야 독자적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차관 재직 시절 이 문제에 직접 관여하며 개념적 수준에서 많은 발전을 일궈냈다. 다만 상대방 피해가 너무 클 수 있다는 인도적 관점의 반대로 더 진전을 보지 못했다. 세부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계속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미일 3국이 최근 한반도 인근 상공에서 첫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한 의미는 무엇인가.

△특정 국가가 자신만의 전력과 자산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시기는 이미 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 사례다. 안보 협력을 통해 상호 운용성이 확보된 전략 등을 지원받아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핵 위협과 도발 등에 대처하는 주체는 한미 양국이다. 하지만 한미 동맹 외에도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이나 사령부의 후방 기지가 위치한 일본 등과의 안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북핵 위협의 직접적인 당사국들로서 한미일의 안보 협력 필요성이 더욱 크다. 국제사회와의 다양한 협력은 우리 안보·국방의 배후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윤석열 정부가 외교·안보 분야에서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독자적인 3축 체계의 획득 시기 단축을 통해 북한 핵 위협 대응 태세를 강화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또 북핵 대응 능력 제고를 위해 미국과 확장 억제 능력을 구체화하면서 상호 신뢰도를 높인 점도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를 통해 방산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 역시 후한 평가를 받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이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국내 방위산업은 방산 수출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방산 기업이 내수에 머물지 않고 수출을 통해 이익을 얻으면 이익의 재투자로 더욱 향상된 무기 체계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국방과학기술의 획기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부가적 효과가 발생한다. 여기에 상호 운용이 가능한 무기 체계를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확보하는 효과 또한 얻을 수 있다. 우리가 해외에 수출한 무기는 유사시에 우리가 다시 지원·구매 등의 방법을 통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방산 기업의 무기 수출은 기업의 이익 및 일자리를 창출하고 우리가 유사시에 필요한 전쟁 물자를 해외에 비축하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윤석열 정부의 미흡했던 점도 지적해달라.

△군 내부의 초급간부에 대한 처우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초급간부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면서도 낮은 복지 수준으로 불만이 많았다. 반면 2016년 20만 원에 불과하던 병장 월급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지난해 67만 원을 넘어서는 등 사병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고 있다. 병장의 월급이 2025년까지 150만 원으로 오르게 되면 초급간부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초급간부들의 처우와 복지를 빠른 속도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무원과 군인 간 임금 및 복지 수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국방 예산을 무작정 확대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처우 개선 속도를 높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이스라엘은 하마스보다 군사력 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이 엄청난 피해를 당한 것은 하마스가 기습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채 당한 기습 공격은 그만큼 파괴력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도 북한의 기습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감시·정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의 군사전략과 전술 변화를 꾸준히 파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He is…

1970년생으로 천안 북일고와 충남대 법대, 서울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국제법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정책연구실장과 북한군사연구실장,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외교부 정책기획관, 국립외교원 교수,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이어 지난달까지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방부 차관을 지냈다.

김상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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