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수출 13개월 만에 플러스, 구조개혁으로 잠재성장률 끌어올려라


우리 경제에 모처럼 온기가 돌고 있다. 10월 수출액은 반도체 업황 회복, 대(對)중국 수출 개선 등에 힘입어 지난해 같은 달보다 5.1% 늘어났다.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지난해 9월 이후 13개월 만이다. 무역수지도 16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5개월 연속 흑자를 나타냈다. 수출 증가와 무역 흑자를 동시에 달성한 것은 20개월 만에 처음이다. 9월에도 생산·소비·투자 등 산업 활동을 보여주는 세 가지 지표가 4개월 만에 일제히 플러스로 전환했다. 제조업·수출 중심으로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개선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바닥을 확인하고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미중 간 공급망 갈등 등 대외 환경이 불확실해 경기회복을 이끄는 수출이 언제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설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정부는 우리 경제가 올 3분기에 직전 분기 대비 0.6% 성장에 이어 올 4분기에 0.7% 성장하며 연간 1.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속도가 매우 더딘 ‘나이키형’ 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일본식 저성장 장기화의 위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9%에 이어 내년에는 1.7%로 하락하며 미국(1.9%)에 추월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정부는 일부 경제지표 호조에 안주하지 말고 경각심을 갖고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수출 반등의 불씨를 본격적으로 살리기 위해 정부가 수출 기업에 대해 금융·세제 등 전방위 지원을 하고 민관 합동으로 수출 품목과 시장 다변화에 총력전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의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추락은 저출산·고령화 탓도 있지만 역대 정부가 이익 단체의 반발에 밀려 구조 개혁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규제 혁파, 노동·교육 개혁 등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 초격차 기술 개발을 유도해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저성장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또 산업구조 고도화를 통해 의료·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