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바이든 '美중심 공급망' 가속…트럼프 "모든 수입품에 관세 10%"

■美대선 1년 앞

<상> 무역·통상 분야

바이든 당선땐 정책 연속성 불구

국가 주도 산업정책·中견제 강화

반도체·AI 등 韓기업 리스크 커져

트럼프, 1순위로 '보복관세' 천명

전기차 전환 폐지·금리인하 압력

글로벌 경제 예측불가 파장 예고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발간한 차기 공화당 정부 국정과제 ‘프로젝트 2025’에서 무역 부문을 집필한 인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 통상 정책의 가장 시급한 과제로 무역적자를 낮추는 것을 꼽으며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완전히 차단할 수준까지 관세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1기보다 더 강한 무역전쟁을 예고한 것이다.

미국 대선을 1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정책 싸움이 본격화된 가운데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경제에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으로 들여오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 10%를 부과하고 전기차 전환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급진적인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집권한다 해도 중국과의 기술 전쟁이 격화하면서 우리 반도체·배터리 기업들의 리스크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미국의 정치 환경이다.



자신을 ‘관세맨(Tariff Man)’으로 표현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관세 확대는 집권 2기에서도 경제 정책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0년 백악관에서 자신이 대통령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중국과의 무역적자 확대라고 밝히기도 했다. 나바로 전 국장도 프로젝트 2025에서 “무역 정책은 미국의 제조 및 방위산업 기반이 부흥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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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8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들이 제품을 미국에 덤프(dump·적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면 자동으로 관세를 내도록 해야 한다”며 “(관세는) 10% 정도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 참모들과 함께 모든 수입 제품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대선에 내세우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집권 1기를 뛰어넘는 대혼란이 세계 경제를 덮치며 우리 경제에도 충격이 예상된다. 미국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데이비드 볼링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역적자에 대한 불만으로 한미 자유무엽협정(FTA)을 탈퇴하려고까지 시도했었다”면서 “그는 한국·중국·독일·일본과 같이 미국과의 무역에서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관세를 지불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전기차와 친환경 산업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격변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9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전기차 지원 정책을 겨냥해 “전기차는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질 것이고 미국에서 자동차 산업은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라면서 “트럼프에게 투표하라, 나는 이 광기를 즉각 멈출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 산업을 정면 조준하는 것은 지지층 외연 확장을 위한 정치적 노림수이기도 하다. 그는 보호무역을 핵심 경제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자유무역에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미국 대형 노동조합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공화당 역시 급성장하는 중국의 배터리 산업이 결국 미국 전기차 시장을 잠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보에 힘을 싣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밖에도 친환경 산업 보조금 축소 및 원유 시추 지속, 기준금리 인하 압력, 법인세율 인하, 대통령 권한 강화 등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재집권 시에는 정책의 연속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미치는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산업 정책을 전면에 내세운 바이든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가 글로벌 시장에서 트럼프 정부의 보복 관세보다 더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끼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비롯해 인프라법, 반도체지원법(Chips Act) 등이 전 세계 국가들의 산업 정책에 영향을 미치며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보조금 전쟁에 불이 붙은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의 2024년 재선 캠페인의 핵심”이라면서 “그 결과 세계 경제가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바이든 정부의 대중 견제 기조가 집권 2기에 더 강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의 경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엔비디아와 퀄컴 등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강한 반대와 무역적자 확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으로 향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전면 차단하는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에 초강수를 두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삼성과 SK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공장이 미국의 수출통제에서 유예된 것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도 “바이든 2기의 대중 정책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변수가 많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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