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식 병무청장의 집안은 해군 병역 명가다. 부친(이흥섭 전 대령)과 배우자(김태숙 전 대령), 아들까지 해군에서 복무했다. 이 청장이 해군사관학교에 들어간 것도 해사 선배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부친을 본받아 군인의 길을 선택한 그는 “아버지가 해사 생도 시절 실습함을 타고 나갔다가 신미도전투를 겪으셨다”며 “대공전 상황에서 미그기를 격추시켜 생도 신분으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충무무공훈장을 받으셨다”고 말했다. 당시 부친은 크게 다쳤고 대수술 끝에 목숨을 건졌다. 그럼에도 부친은 이 청장의 해사 입학을 격려했다. 이 청장의 막냇동생(이기남 전 해병대 중령)도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를 전역했다.
이 청장은 초계함 ‘남원함’과 구축함 ‘광개토대왕함’을 이끄는 함장을 지냈다. 그는 “해군 장교가 돼서 함장이 된다는 건 굉장히 명예로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를 타고 나갈 때 장병들과 어려움을 같이 느끼지 않으면 이격된다”며 “수시로 병사들과 장난치고 게임하며 함장으로서 함께 동화되고 끈끈한 전우애를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군의 잠수함 능력을 한층 높이는 데 기여해 ‘대잠 분야 전문가’로 불리기도 했다. 2006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합 해군 훈련인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서 우리나라 장교로는 최초로 지휘관을 맡았다. 그는 “당시 림팩 분대사령관으로서 태평양 하와이제도 근해에서 미국·캐나다 함정과 다국적군 수상전투단 등을 한데 모아 지휘했다”며 “한국 해군의 역량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돼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이 청장은 “감사하게 해군에서 보람 있는 직책들을 많이 맡았고 지금의 자리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줄곧 해군에 몸담은 만큼 해군에 계속 관심은 간다”면서도 “오히려 해군 출신이라 해군 지원을 늘린다 등의 이야기가 나올까봐 더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공정을 위해 애쓴다고 덧붙였다.
국민들에게 이 청장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의 브리핑을 도맡은 군인으로 기억된다. 합참 정보작전처장이던 시절 합참의 유일한 해군 장병이라 3개월간 임시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됐다. 그는 “당시 매일 오전·오후 브리핑을 했고 우리나라와 외신 카메라가 잔뜩 있었다”며 “잘못 얘기하면 오히려 문제가 되고, 그렇기 때문에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하기 위해 애썼다”고 말했다.
천안함 전사자와 생존자를 모독하거나 왜곡·선동을 하는 천안함 음모론자로 인해 마음고생도 했다. 이후 언론학회 세미나에 참석한 그는 “국민의 알 권리는 진실을 알 권리이지 거짓을 알 권리는 아니다”라며 “아니라고 하는데도 확인되지 않은 거짓을 싣고 맞다고 하는 언론은 제대로 된 언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이 청장은 대학을 방문해 ‘청문청답’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청년이 묻고 병무청장이 답한다’는 의미”라며 “병무청이 공정성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병역의무자와 그들의 부모님 외에도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