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인도의 공짜 식량





“인도국민당(BJP) 정부는 8억 명의 국민들에 대한 무료 식량 지급을 5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축복이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 힘이 됩니다.”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4일 차티스가르주 두르그시에서 열린 주 의회 선거 유세에서 올해 말 일몰 예정이던 정부의 무료 식량 제공 프로그램 연장을 선언했다. 모디 정부는 앞서 2020년 3월 26일 코로나19 봉쇄로 생계가 어려워진 국민들에게 매월 5㎏의 밀 또는 쌀을 무료 지급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식량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식량안보법(NFSA)에 근거해 식량 보조 수급자 8억여 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 정책은 당초 3개월 한도 시행으로 도입됐지만 연장을 거듭한 끝에 올해 12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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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가 연간 2조 루피(약 31조 원)의 재정이 소요되는 이 프로그램을 파격 연장하기로 결정한 데는 차티스가르 등 5개 주에서 이달 중 실시되는 주 의회 선거와 내년 4∼5월 총선이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재집권을 노리는 모디 총리가 표심을 의식해 내놓은 선심 정책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올 초 인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집권 BJP를 지지한 상당수 유권자들은 무료 식량 프로그램 수혜자였다.

그러나 인기 영합 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올해 인도의 예상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6.4%로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5년간의 식량 무상 지급이 재정 악화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밀과 쌀을 사들이느라 수출도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쌀 수출국이자 세계 2위 밀 생산국인 인도는 지난해 5월부터 밀, 올 7월부터는 바스마티 품종이 아닌 쌀 수출을 각각 금지하고 있다.

내년은 글로벌 주요 선거가 집중된 해다. 1월 대만 총통 선거, 2월 인도네시아 대선·총선, 3월 러시아 대선, 11월 미국 대선 등이 줄줄이 예정된 가운데 표심을 자극하는 자국 이기주의와 선심 정책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4월 총선을 앞둔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정치권의 ‘포퓰리즘 매표’에 휘둘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신경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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