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아파트 경매 물건이 쌓이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경매시장에 매물로 나온 아파트 건수는 7년 5개월 만에 월별 최다를 기록했다. 이중 3분의 1은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 총 6개 자치구에서 나왔다. 2020~2021년 집값 상승기에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의 아파트를 '영끌'했던 단지들이 고금리에 대출 이자를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경매시장에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침체에 낙찰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7일 경·공매 데이터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달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건수는 2629건으로 2020년 11월(3593건)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다. 강원과 전북 지역에서 법인 소유 아파트 수십 채가 저가에 낙찰되면서 낙찰률은 전월 대비 4.9%포인트 상승한 39.8%를 기록했다.
같은 달 서울 지역 아파트 경매 건수는 2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6년 5월(291건)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낙찰률은 26.5%로 전월 대비 5.0%포인트 하락하면서 6월(28.3%)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20%대로 내려 앉았다. 고금리 여파로 새 매물이 늘어난데다 선호도가 낮은 단지의 유찰이 거듭된 탓이다. 금천구 독산동의 A 아파트는 6번 유찰된데 이어 이번에도 새 주인을 못 찾았다.
반면 여의도와 압구정 등 재건축 단지가 매물로 나오며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6.7%로 전월보다 소폭 상승했다.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압구정동 미성아파트 전용면적 105㎡는 34억 7999만 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105.5%를 기록했다. 이는 현재 호가(40억 원)보다 5억 원 낮은 금액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경매 매물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은 노원구(25개)로 나타났다. 금천·관악·구로·동대문·도봉구 등에서도 각각 10개 이상의 아파트가 경매시장에 나왔다. 관악구 봉천동에서는 소유자가 같은 총 10개의 주상복합 아파트 물건이 경매에 부쳐졌다. 노원구 상계주공15단지 전용 59㎡은 14명이 응찰했지만 낙찰가는 4억 7100만 원으로 감정가의 74% 수준에 그쳤다. 낙찰가율이 가장 낮은 매물 역시 강북구에서 나왔다. 미아동에 위치한 B아파트 전용 84㎡는 8억 원에 낙찰돼 낙찰가율이 66.9%를 기록했다.
고가 아파트 경매 매물도 눈에 띄게 늘었다.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9㎡는 78억 5000만 원에 경매에 부쳐졌지만 유찰됐다. 집주인이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은행이 임의경매에 붙인 사례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 전용 84㎡는 25억 4300만 원에 낙찰됐다. 지난 6월 같은 평수가 30억 원에 팔린 것을 고려하면 5억 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경매업계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경매시장에 나오는 아파트 매물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 상승기에 '영끌족'이 가장 많았던 강북권 아파트가 고금리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한동안 전국 아파트 경매시장은 적체기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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