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베트남은 한국어만 하면 월급 3배인데 '인도의 한국어 천재'들은 '홀대'?…"그래도 한국기업서 일하고 싶다"

네루대 등 명문대 한국어학과 경쟁률 3300 대 1

2020년 중국어 대신 한국어가 고교 제2 외국어

한류 열풍 등에 인도 내 한국어 인기도 폭발적

'인도 천재'들 한국 기업 취업이 최고의 꿈이지만

한국어 능력 외 컴퓨터 등 능력 요구해 돌아오기도

인도 진출 25년 LG전자 "직원, 로열티 넘어 오너십 보여" 극찬

10월 31일 자와할랄 네루대 니자 사마즈달 한국어과 학과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10월 31일 자와할랄 네루대 니자 사마즈달 한국어과 학과장이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어를 잘 하니 한국의 좋은 직장에 취업을 하고 높은 월급을 받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다가 다시 인도로 돌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한국어를 전공한 인도 학생들에게 한국어 말고 플러스 알파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인도가 정보기술(IT) 강국이기 때문에 컴퓨터 기술 등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31일 인도 자와할랄 네루대에서 만난 니자 사마즈달 한국어과 학과장은 한국어를 전공하는 베트남의 학생들과 인도의 학생들의 상황이 이처럼 다르다고 설명했다. 베트남의 한국어 전공자들은 타 전공자에 비해 연봉이 최소 3배 이상을 받고 있지만 인도 학생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것. 인도의 경우 영어를 기본적으로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인도에 진출해도 힌디어와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인도인 학생을 선택하기 보다는 영어를 할 줄 아는 인력을 채용하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니자 사마즈달(왼쪽) 자와할랄 네루대 한국어과 학과장과 꼬셜 꾸마르 교수.니자 사마즈달(왼쪽) 자와할랄 네루대 한국어과 학과장과 꼬셜 꾸마르 교수.


한국어 전공자뿐만 아니라 MIT 보다 들어가기 어렵고 ‘인도 천재’들만 모인다는 인도공과대학(IIT) 학생들도 한국 기업 취업이 꿈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미국에 진출해 성공한 IIT 등 출신의 인도인들로 채워졌지만 이제는 그러한 기회가 줄어 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산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 파라그 아그라왈 전 트위터 CEO 등의 시대와 현재는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제 ‘인도의 천재’들은 ‘아메리칸 드림’이 아닌 ‘코리안 드림’을 꿈꾸고 있었다. IIT에 재학 중인 샤우라는 “공부를 마치고 대기업에 입사해서 박사, 포스트 닥터를 하고 싶다. 한국은 이를테면 삼성, LG는 무조건 가고 싶지만 한국은 못 가니까"라며 웃어 보였다.

인도공과대(IIT)의 교수들과 학생들.인도공과대(IIT)의 교수들과 학생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에서 한국어 열풍을 비롯해 한국에 대한 사랑은 거세다 못해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의 서울대’라고 할 수 있는 네루대의 한국어과 경쟁률은 지난해 3300대 1일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어과에 진학하지 못해 한국문화원, 세종학당 등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상당하다. 지난 2020년 ‘제2 외국어’로 중국어가 빠지고 그 자리에 한국어가 들어가게 된 것도 한국어 인기의 비결 중 하나다.

황일용 인도 한국문화원장은 “한국어과 입학이 좌절됐지만 한국어를 대학이 아닌 곳에서라도 배우려는 의지가 상당히 강한 데다 전공이 아니더라도 생활 한국어를 배우려는 고소득층도 상당하다”며 “코로나 당시 넷플릿스를 통해 K드라마를 접한 인도인들이 한국에 푹 빠져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고 있는데 세종학당 등 한국어 수업은 신청 시작 즉시 마감이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취미로 한국어를 배우는 수요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들은 경제력이 있어 한국어를 배워서 K콘텐츠를 접하고 한국에 여행을 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인도 한국문화원.인도 한국문화원.


인도 한국문화원에서 사물놀이를 연습하고 있는 인도인 학생들. 유튜브 등을 통해 사물놀이를 익힌 이들은 최근 인도를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사물놀이를 선보였다.인도 한국문화원에서 사물놀이를 연습하고 있는 인도인 학생들. 유튜브 등을 통해 사물놀이를 익힌 이들은 최근 인도를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사물놀이를 선보였다.




황일용 인도 한국문화원장.황일용 인도 한국문화원장.


네루대는 1975년 인도에서 처음으로 한국어과를 개설했으며 최고 실력의 한국어, 한국학 전공자를 배출하는 ‘한국어 명문대’다. 개설 당시에는 일본어 등과 함께 있었지만 이후 분리돼 한국어과로 독립을 했으며 석사 박사 과정이 모두 개설됐다.



학부생들의 강의를 참관하고는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고급 한국어를 구사하기 위해서 한자를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기 때문에 한자어 수업도 개설된 것이다. 칠판에 ‘時’를 적은 교수는 획수까지 설명하며 ‘때 시’자에 대해 설명했고, 학생들을 ‘時’가 들어간 단어들을 줄줄이 댔다. “그 당시, at that time”, “시간, time” 등 한국어와 영어가 공존하는 수업은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한국어를 이 정도로 배우고 있으니 인도 출신의 한국어 전공자들이 다른 나라 학생들에 비해 한국어가 유창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한자를 가르치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산자이 케이 자(Sanjay K Jha) 교수는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자어를 잘 알아야 한국어를 이해하고 고급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생각해 다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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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이 케이 자(Sanjay K Jha) 네루대 한국어과 교수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자 수업을 하고 있다.산자이 케이 자(Sanjay K Jha) 네루대 한국어과 교수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자 수업을 하고 있다.


한자 수업을 듣고 있는 네루대 한국어과 학생들.한자 수업을 듣고 있는 네루대 한국어과 학생들.


인도 네루대 한국어과 학생들.인도 네루대 한국어과 학생들.


인도 네루대 한국어과 학생들과 교수님들.인도 네루대 한국어과 학생들과 교수님들.


한국어과 학생들에게 ‘우문’일 수 있지만 왜 한국어를 배우는지 왜 한국어와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물었더니 ‘현란한 현답’이 돌아왔다. “한국는 기본적으로 인도와 문화가 매우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도는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등 비슷한 문화가 매우 많습니다. 또 ‘홍익인간’의 정신도 인도에 유사한 사상이 있습니다. 물론 BTS 등 K팝 가수, K드라마도 좋아해서 한국어와 한국을 사랑합니다.”

네루대 한국어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네루대 한국어과 석박사 과정 학생들.


석사 및 박사 과정 학생들의 연구 내용도 다채롭고 깊이가 상당했다. 너무 오래돼 낡고 이제는 사용할 수 없는 한국어 책이 즐비한 도서관 등 학술적 인프라가 부족함에도 이들은 남한과 북한의 소설 비교, 한국과 인도의 다문화, K팝 등 K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얻게 된 비결 등 다양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었다. 크리샨 깐드 자(네루대 한국어과 박사과정)는 “인도 사회는 기본적을 다문화 사회인데 한국의 경우는 1996년~1997년부터 다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했다”며 “이제 한국도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는데 이것이 정치,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정부는 또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한국의 다문화와 인도의 다문화를 연결짓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인도 법인.LG전자 인도 법인.


LG전자 인도법인.LG전자 인도법인.


이현진 LG전자 인도 생산법인장.이현진 LG전자 인도 생산법인장.


한편 한국어 전공자들이 한국을 비롯해 한국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한국 기업의 인도인 인재들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 인도에 진출할 지 25년이 지난 LG전자는 인도인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상당하며 오랜 시간 함께 일한 직원들과는 ‘이심전심’이 통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진 LG전자 생산법인장은 “현재 인도 법인 직원이 2800명에 달하는데 인도 직원들은 로열티를 넘어 ‘오너십’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제가 힌디어를 하지 못해도 제 말을 정말 잘 알아 들어서 신기할 정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법인장은 “인도의 인재들을 한국 기업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KPF 디플로마 인도 전문가’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델리·노이다=글·사진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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