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기사 4명 중 1명은 7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택시는 고령화가 심화되고 법인택시는 기사를 찾을 수가 없는 상황에서 올해도 연말 심야 승차 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2일 서울시 택시 현황 통계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택시 운수 종사자 6만 9255명 중 23.43%(1만 6224명)가 70세 이상으로 확인됐다. 개인택시의 경우 4만 9105명 중에 3명 중 1명꼴인 1만 3047명(26.57%)이 70세 이상이었다. 노인 연령 기준인 65세 이상으로 보면 개인과 법인을 합해 3만 4811명으로 전체 택시의 절반에 달한다. 서울 택시 2대 중 1대는 노인이 몰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자는 개인 4053명, 법인 833명으로 5000명에 육박했다.
이 같은 고령화는 심야 택시 부족으로 이어진다. 나이가 많은 개인택시 운전기사들은 안전 우려로 인해 심야 운전을 꺼리기 때문이다. 돈 버는 목적보다는 소일거리나 치매를 예방하는 정도로만 여기는 측면도 있다. 10년째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65세 A 씨는 “밤에는 술 취한 손님이 대부분이어서 술주정을 받아주고 토사물을 치우기가 체력적으로 힘들다”며 “주변 동료들도 돈 욕심이 큰 친구 정도가 밤일만 뛰고 대부분은 심야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74세인 개인택시기사 C 씨는 통상 오전에 일찍 나와 저녁 11시 전에는 들어간다. 그는 “장사를 하다가 취미 생활 느낌으로 7년째 핸들을 잡고 있다”며 “무릎관절도 아프고 힘들어서 보통 이틀 일하면 하루 쉰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무작정 무단 휴업 택시를 단속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심야 택시 승차난 해소를 위해 기본요금(3800원→4800원)을 올리고 심야 할증 시간을 늘렸지만 법인택시 기사 부족 문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요금 인상 부작용으로 승객이 떠나면서 젊은 기사들은 차라리 배달이나 택배 업계를 택하는 까닭이다. 코로나19로 택시기사 수가 1만여 명 급감해 차량이 있어도 운행을 못 하는 상황이다. 서울시민 B 씨는 “택시 요금이 올라간 후에는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면서 “시간이 늦어도 무조건 대중교통을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이엠(i.M)택시 운영사 진모빌리티 관계자는 “현재의 택시 급여 제도는 기사도, 노동조합도, 사업주도 좋아하지 않아 혁신적인 변화가 없으면 법인택시 업계 상황도 그대로일 것”이라며 “법인택시 가동률을 높이고 기사들을 모집하려면 수익 구조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차고에 머물러 있는 법인택시를 활용하기 위한 대안으로 택시리스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국토교통부와의 협의가 계속 삐걱대고 있다. 택시리스제는 일정 자격을 갖춘 개인이 택시 회사에 약간의 임대료를 내고 택시를 빌려 영업하는 제도다. 택시기사는 리스비를 법인택시 사업자에게 납부하면 운행이 허용된 시간 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다. 택시 공급이 부족한 심야 시간대에 적용하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면허권이 없는 개인이나 회사는 택시 운행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국토부의 협조를 받아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하지만 개인택시 업계의 반발에 국토부는 뭉그적거릴 뿐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법인택시 업계를 ‘대형화’해서 공유의 경제를 일궈내는 것이 해답이라고 본다”며 “보유 대수가 30~50대 되는 경쟁력 없는 업체들에 대해 ‘업체 간 인수합병’을 조건으로 걸고 차고지 용도 변경을 허용하는 등의 과감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