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003550) 트윈스가 14일 kt 위즈를 꺾고 29년 만에 한국프로야구(KBO) 정상에 오르자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구본무 선대회장이 남긴 유산에 구광모 회장이 꽃을 틔웠다”고 평가했다.
야구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구 선대회장뿐 아니라 구 회장 또한 이번 한국시리즈를 통해 LG 트윈스 팬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구단주로서 확실한 구단 운영 방침을 정하고 지난 5년간 묵묵히 실행해왔던 노력이 결국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LG가(家)의 29년 숙원을 푼 구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스포츠 마니아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부터 미국 4대 스포츠(야구·농구·미식축구·하키)에 대한 큰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LG 트윈스를 상징하는 ‘유광 잠바’를 입고 서울 잠실에서 열린 1·5차전과 수원에서 열린 4차전을 직접 찾아 응원전에 동참했다.
오해도 있었다. 이번 한국시리즈 방문 전까지 구 회장은 한 번도 구단주로서 야구장을 찾지 않았다. 2018년 구단주로 취임한 뒤 3년간 LG 트윈스가 외부 자유계약선수(FA) 영입을 한 건도 하지 않으면서 팬들 사이에서는 구 회장의 우승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는 조용하지만 뚝심 있는 구단 운영 방침으로 인한 일이었다. 구 회장은 구단주 취임 후 차명석 단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내부 육성 시스템에 집중했다.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단장의 방침을 뒷받침하면서 3년간 외부 FA 영입 없이 유망주들을 키우도록 뒤를 받쳤다.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는 판단이 서자 지난해 박해민, 올시즌 박동원을 각각 FA로 과감히 영입하면서 우승 도전의 길을 열었다.
기반을 확실히 다진 덕분에 LG 트윈스는 당분간 우승 전력을 계속 이어가면서 ‘왕조’를 구축할 수 있는 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구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그룹 경영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적자를 거듭하던 휴대폰 사업을 과감히 철수하는 등 부진한 사업을 과감히 쳐내고 신사업에 적극 투자하면서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그는 휴대폰을 비롯해 태양광, 액정표시장치(LCD) 편광판, 전자 결제 사업 등을 정리했다. 대신 전기차 부품, 로봇, 인공지능(AI) 등 당시로서는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기 어려웠던 신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들면서 뛰어난 경영 능력을 내보였다.
구 회장이 잠실구장에서 두 손을 치켜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구 선대회장의 지극한 야구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구 선대회장은 1990년 자처해 초대 구단주를 맡았을 정도로 야구단 운영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왔다.
LG 트윈스의 ‘유물’로 잘 알려진 고급 일본 소주(아와모리)와 롤렉스 시계가 구 선대회장의 애정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구 선대회장은 1994년 일본 오키나와에서 이 술을 사와 “내년에 우승하면 건배하자”고 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998년에는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게 주겠다”며 당시 8000만 원에 달하는 롤렉스 시계를 내걸었다.
재계 관계자는 “구 선대회장이 끝없는 애정으로 팀과 팬들을 이끌고 구 회장이 뚝심으로 성과를 낸 것”이라며 “대를 이은 구단주의 애정 속에 인기와 성과를 모두 잡은 건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보기 드문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