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대통령이 '노란봉투법' 거부해야 하는 이유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업 손해배상청구권 행사 막아

불법행위에 피해자 불이익 강요만

사용자 범위 확대 규정도 불합리

정당성 부족한 법안 재검토 거쳐야





이달 9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라 일컬어지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거대 야당의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노조의 위법한 파업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는 노동계 주장을 받아들여 현행 노조법 제2조와 제3조를 개정한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다. 우선 ‘법원이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은 사실상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동 불법행위와 부진정연대책임에 관해 확립된 법 원칙에도 반한다.

쟁의행위가 집단적인 행위의 형태로 실행된다는 특징을 고려하면 그 책임을 귀책 사유나 기여도에 따라 개별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개정안은 쟁의행위의 본질에 비춰 옳지 않고 피해자의 불이익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특히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 대다수는 사업장 점거와 같은 극단적인 불법행위가 원인인데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권마저 봉쇄된다면 불법 쟁의행위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사용자 개념과 범위를 확대 적용한 것도 문제다. 개정안에는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 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했다. ‘실질적 지배력’을 들어 사용자 개념과 범위 확대 규정을 추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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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사용자성 인정 기준은 객관적 판단 요소도 갖추지 못했다.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해석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법률 명확성과 법적 안정성도 침해한다. 근로 조건 결정권이 없는 자에게 형사처벌을 동반한 이행 의무를 부과하는 모순도 발생한다. 도급·파견 등 기업 간 계약의 실체를 부정하고 대기업이 모든 근로자를 직접 채용하도록 강제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시장경제 질서하에서의 고용 형태의 자유를 침해하고 극단적으로 고용 형태가 대기업의 직접 정규직 고용밖에 존재하지 않는 전근대적 반시장적 고용 질서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노동쟁의 범위를 권리 분쟁으로까지 확대한 조항도 우려스럽다. 권리분쟁 사항까지도 쟁의행위, 즉 파업의 목적이 될 수 있도록 한다면 노사 대등은 완전히 깨져 노조가 우위에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산업 현장의 노사 불안과 산업 평화의 저해를 야기시킬 우려가 크다.

노란봉투법안은 이전에 확립된 법리와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어려운 형식의 입법을 통해 변경하려는 시도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 법안이 제정돼 시행되려면 법 논리적 설득력과 국민적 공감대를 동시에 확보해야만 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고 실제 적용 시에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모두 검토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 제기에 대한 명확한 해명도 준비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노란봉투법안은 이런 노력이 모두 빠진 채 주관적인 관철 의지만 드러내고 있어 입법론적 관점에서도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경제적인 영향, 노사 관계의 모습, 다른 법 제도와의 정합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입법이 이뤄진 노란봉투법안은 정당성이 매우 부족하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통해 이 법안의 합리적 재검토와 숙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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