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9~10일 시한부 경고 파업을 벌인 데 이어 22일 2차 총파업을 예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파업 계획을 밝히며 사측의 인력 감축 계획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번 파업은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소속 제1노조만 참여한다. 하지만 1차 때와 달리 무기한 총파업이어서 실제로 파업이 장기화한다면 ‘교통 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볼모로 삼은 1노조의 연이은 ‘나 홀로 파업’은 민주노총의 고립을 자초하는 일이다. 한국노총 소속인 2노조는 하반기 신규 채용 규모를 당초 예정했던 388명보다 272명 늘어난 66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사측의 절충안을 받아들여 1차 때부터 파업에 불참했다. ‘MZ 노조’로 불리는 올바른노조는 지난해 공사와 교섭단의 협상 결과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MZ 노조와 한국노총은 지난해 기준 누적 적자가 17조 6808억 원에 이를 정도로 악화된 서울교통공사의 재정 상태를 감안해 사측의 양보를 수용해 일보 후퇴했다. 게다가 사측의 절충안 제시로 올해 감축 목표 인원은 383명이 아닌 111명으로 대폭 줄게 됐다. 그런데도 1노조는 수탁 업무 인력, 2인 1조 근무 보장 인력, 정년퇴직 인력 등 총 868명을 더 뽑아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사 공멸을 초래할 수 있는 강경 일변도 투쟁이 민주노총에 대한 염증을 더 키우고 있다. 민주노총은 MZ 세대 근로자 중심으로 탈(脫)정치를 지향하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대안 세력으로 급부상하고 쿠팡 배송 기사들이 민주노총과 결별한 이유를 곱씹어봐야 한다. 주요 경제 단체들이 파업을 조장할 수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산업 현장의 혼란을 우려하는데도 민주노총은 11일 대규모 도심 집회를 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노란봉투법의 조기 공포·시행을 요구했다. 뒤늦게나마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복귀를 결정한 한국노총을 본받아 민주노총도 노조 본연의 책무인 근로자의 권익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 낡은 이념에 얽매인 정치 투쟁의 쳇바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의 고립은 더 깊고 길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