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이벤트 대회인 위믹스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최근 ‘전자지갑(가상자산용 계좌)’을 개설했다. 이 대회 상금이 가상자산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18·19일 이틀간 부산 기장의 해운대비치골프앤리조트(파72)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모든 게 새롭다. 상금 단위가 ‘원’이 아니라 게임 업체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자산 ‘위믹스’다. 대회 총상금은 100만 위믹스. 100만 위믹스면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 시세 기준으로 한 달 전쯤 13억 원 수준이었는데 16일 현재 가격(1위믹스당 약 2400원)으로는 거의 25억 원이다. 25억 원이면 KLPGA 투어 최대 상금 대회인 한화 클래식(17억 원)보다도 큰 규모다. 물론 시세 변동에 따라 이 금액은 다시 요동칠 수도 있다.
우승 상금은 25만 위믹스. 현재 시세로 6억 2000만 원쯤이다. 상금은 대체불가토큰(NFT) 형태로 대회 종료 1주일 안에 지급되며 이를 가지고 별도 플랫폼에 들어가 위믹스로 교환하면 된다.
선수들이 기억할 날짜는 2024년 1월 1일이다. 이때부터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보유 위믹스를 자유롭게 현금화할 수 있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16일 “전자지갑 생성부터 현금화 방법까지 자세한 가이드를 출전 선수들에게 전달해 놓았다”며 “현금 지급이 아니어서 세금 문제 등 검토할 부분도 많았다. 종합소득세 신고 기준일이 되는 NFT 전송일을 1월 1일에 최대한 가깝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선수들에게 변동성에 대한 부분을 최대한 덜어주고자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1월부터 아무 때나 가상자산을 팔 수 있다. 우승자 상금을 예로 들자면 언제 파느냐에 따라 지금의 약 6억 원보다 훨씬 큰돈을 얻을 수도 있다. 우승자는 6억 원을 기준점 삼아 이보다 높은 금액에 매도할 타이밍을 노릴 것이다. 물론 일괄 매도하지 않고 시세를 살피며 여러 차례 나눠서 매도하는 방법도 있다.
준우승자에게는 12만 위믹스, 3위에게는 8만 위믹스가 주어진다. 시세 변동 폭이 클 경우 매도 시점에 따라 우승자보다 준우승자 이하 선수가 더 큰돈을 만질 가능성도 있다.
시세가 곤두박질치면 어떻게 될까. 위메이드 관계자는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1위믹스당 500원은 보장한다는 규정을 넣었다. 협회에 보증금으로 현금 5억 원을 넣어 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경기 방식도 새롭다. 매치플레이와 스트로크플레이를 ‘믹스’했다. 첫날은 싱글 매치다. 정규 시즌 포인트(위믹스 포인트) 상하위 12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A·B그룹 선수가 각각 1대1 대결을 벌인다. 상위 그룹 선수가 하위 그룹 매치 상대를 지명하게 한 것도 흥미롭다. 매치 승자는 파이널A로, 패자는 파이널B로 묶여 둘째 날 스트로크플레이를 진행하며 파이널A의 1위가 최종 우승자가 된다.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에 건 5만 위믹스는 파이널B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규 시즌 상금왕·대상·최소타수상의 이예원, 다승왕(4승) 임진희, 신인 3인방 김민별·방신실·황유민에 박지영·박민지·박현경·이다연·성유진·홍정민·김수지 등 24명이 출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