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사피온 "연산속도 4배 빨라진 AI 반도체로 엔비디아 잡는다"

신제품 'X330' 내년 양산

올 출시 경쟁제품보다 2배 빨라

4K급 이미지 1초에 60장 처리

전력효율도 기존의 2배로 향상

엔비디아 GPU 수요 일부 대체

추론형 AI칩 점유율 확대 주력

류수정 사피온 대표가 15일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신형 인공지능(AI) 반도체 ‘X330’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사피온류수정 사피온 대표가 15일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신형 인공지능(AI) 반도체 ‘X330’ 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사피온




“인공지능(AI) 반도체 ‘X330’은 올해 출시된 경쟁사의 5나노(㎚) 제품 대비 연산 성능은 약 2배, 전력 효율은 약 1.3배 이상 높습니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는 15일 을지로 SK텔레콤 본사에서 진행된 신제품 발표회에서 X330이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반도체 업체와의 경쟁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SK텔레콤·SK하이닉스·SK스퀘어가 공동 출자해 설립된 사피온은 국내에서 리벨리온·퓨리오사AI와 함께 ‘3대 AI 반도체 스타트업’으로 분류된다. 2020년 국내 최초의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AI 반도체 X220을 개발하기도 했으며 현재 NHN클라우드·SK텔레콤·하나금융 등에 AI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이날 사피온이 공개한 X330은 2020년 선보인 X220과 비교해 연산 속도는 4배, 전력 효율은 2배가량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실제 X220의 연산 성능은 87테라플롭스(Tera FLOPS)였지만 X330의 연산성능은 367테라플롭스로 4배 이상 늘었다. 중앙처리장치(CPU)의 연산을 도와주는 D램은 기존에는 5개의 LPDDR4가 탑재됐지만 이번 제품에는 8개의 GDDR6가 탑재돼 연산 기능 또한 대폭 향상됐다. X330은 동영상 관련 프로그램의 처리 속도 향상을 위해 비디오 코덱 및 비디오 후처리 반도체설계자산(IP)을 내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4K급 화질의 이미지를 1초에 60장까지 처리할 수 있다.



X330은 초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답변을 내놓는 추론에 최적화돼 있으며 사피온 측은 X330의 폭넓은 활용을 위해 소프트웨어개발도구(SDK)도 함께 제공한다. X330은 내년부터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TSMC의 7나노 공정에서 양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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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온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L40S’ 관련 시장을 X330으로 일부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L40S는 레노버·휴렛팩커드·델테크놀로지스 등의 서버에 사용돼 생성형 AI 가속화를 담당하는 범용 제품으로 X330의 성능이 몇 배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생성형 AI 열풍에 따른 관련 데이터센터 증설로 GPU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어 X330 관련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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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대표는 생성형 AI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매출 부문에서 조만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류 대표는 “X220 매출의 절반은 ‘캡티브마켓(계열사 내부시장)’이라 볼 수 있지만 NHN이 서버를 늘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며 캡티브마켓 외에서 발생하는 매출도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기에 더해 X330이 내년 본격 양산을 시작하는 만큼 대량 생산이 시작되는 2025년께에는 의미 있는 매출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사피온 측은 현재 추론용과 학습용으로 양분돼 있는 AI 칩 시장에서 추론용 칩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학습용 AI 칩은 엔비디아가 일종의 프로그램 개발 플랫폼인 ‘쿠다(CUDA)’를 통해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낮은 탓이다. 반면 학습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문에 맞는 답을 내주는 추론형 칩은 상대적으로 ‘쿠다 생태계’에 덜 의존하고 있어 사피온이 점유율 확대를 노려볼 만하다. 시장조사 기관들 또한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추론형 칩 시장은 32%, 학습용 칩 시장은 26%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어 추론형 시장의 성장세가 보다 가파르다.

류 대표는 “사피온은 엔비디아보다 작은 규모의 회사이기 때문에 범용 프로세서에 집중하기보다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영역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며 “이 때문에 추론형 칩에 초점을 맞췄으며 단기적으로 추론 영역에 집중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여러 영역까지 사업 폭을 넓힐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 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534억 달러에서 2027년 1194억 달러로 4년여 만에 갑절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사피온은 2025년 3세대 제품 X430을 공개해 AI 반도체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X430은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며 최소 5나노급 이상의 공정에서 양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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