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동력없이 수액 주입…'재난 경험'이 착상 밑천됐죠"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서 한국 최초 우승

팀원 2명 수액팩 사용 한계 목격

기압차 등 이용 '골든 캡슐' 고안

전력 필요없어 재난 현장 효과적

30개국·1970개 팀과 겨뤄 우승

기술 검증 마무리, 상용화 나설것

홍익대 학생 4인으로 구성된 ‘골든 캡슐’ 팀이 이번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을 시연하고 있다. 백원(왼쪽부터)·신영환·채유진·김대연 씨. 사진 제공=다이슨코리아홍익대 학생 4인으로 구성된 ‘골든 캡슐’ 팀이 이번 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을 시연하고 있다. 백원(왼쪽부터)·신영환·채유진·김대연 씨. 사진 제공=다이슨코리아




“팀원들에게 처음 ‘골든 캡슐’의 디자인 콘셉트를 제안했을 때 모두가 반신반의했습니다. 무동력으로 물을 끌어 올린다는 게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좀 더 쉬운 주제로 바꿀까 했지만 디자인 엔지니어링 분야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채유진 씨는 1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 국제전의 우승작으로 선정돼 ‘디자이니어’로서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채 씨를 비롯해 김대연(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씨, 신영환(〃) 씨, 백원(산업디자인과) 씨 4명으로 구성된 골든 캡슐팀은 올해 열린 국제 학생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공모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에서 한국 참가팀 최초로 우승했다. 이 대회는 다이슨 창업자 제임스 다이슨의 위탁 자선단체인 ‘제임스다이슨재단’이 2005년부터 개최하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및 디자인 공모전이다. 올해는 한국·영국·미국·독일·일본 등 총 30개 국가에서 1970개 팀이 참여했다. 공모전의 주제는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남들이 간과하는 일상 속 문제 해결’이라는 다이슨의 기업 철학을 따라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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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학생이 함께 개발한 골든 캡슐은 재난 현장에서 환자 이송 시 수액팩을 높이 들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을 개선한 응급용 무동력 수액 주입 장치다. 중력을 이용해 환자에게 수액을 주입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탄성력과 기압 차를 이용했기 때문에 높이 들고 있지 않아도 안정적인 속도로 균일하게 수액을 주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전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 전력 보급이 어려운 재난 현장에서도 간편하게 사용될 수 있다. 또 기존의 링거와 비교해 최대 속도가 약 150% 향상돼 빠른 수액 처방이 요구되는 긴박한 재난 상황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골든 캡슐 사용 예시 이미지. 사진 제공=다이슨코리아골든 캡슐 사용 예시 이미지. 사진 제공=다이슨코리아


골든 캡슐은 팀원 두 명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출발했다. 팀의 리더인 채 씨는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수액을 맞은 채로 병동에서 이동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꼈다”며 “‘어떻게 하면 링거 환자의 이동성을 개선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그때 처음 떠올랐다”고 말했다. 2008년 중국 쓰촨성 대지진을 직접 경험했다는 백 씨는 당시 의료진들이 열악한 재난 현장에서 수액팩을 들고 다니면서 겪는 불안정한 상황을 목격했다. 그는 “쓰촨성 출신으로 지진 등 엄청난 재난이 발생하면 주변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잘 알고 있다”며 “재난 현장에서는 빠르고 효과적인 구조와 치료가 매우 중요한 만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의 아이디어가 모아지게 된 계기는 올 초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이다. 이 지진으로 5만 5000명 넘게 사망하고 10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이러한 재난 현장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하면서 손에 여러 개의 수액팩을 높이 들고 이동하는 영상을 보고 네 명의 학생이 모여 골든 캡슐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신 씨는 “골든 캡슐이 의료 장비이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서 현역 의료진분들의 피드백과 조언을 구하는 게 매우 중요했다”며 “국내 의료진은 물론 지진이 많은 중국 쓰촨성 출신으로 재난 현장 경험이 많은 베테랑 의료진에게도 의견을 물어봤다”고 설명했다.

네 명의 학생은 아직 프로토타입인 골든 캡슐을 더 보완해 상용화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채 씨는 “지금까지는 작동 원리에 대한 기술적인 검증과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사용성 검증까지만 완료한 상태”라며 “진공 밀폐성 보장이나 보관 기한, 인체 안전성 등 제품 상용화를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필수적인 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며 “IRB 승인이 나기 전까지는 정맥 혈압과 유사한 조건을 가진 실험 모델을 통해 실험을 진행하고 승인 이후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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