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로힝야족 난민을 태운 배가 또 한 척 인도네시아에 상륙하면서 사흘 동안 도착한 난민의 수가 약 600명으로 늘어났다.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의 소수 무슬림 민족으로, 미얀마 군부의 박해를 피해 인근 방글라데시와 인도네시아로 매년 수백 명이 탈출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CNN 인도네시아 등에 따르면 전날 로힝야족 난민 249명을 태운 목선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아체주에 도착했다.
난민선이 보이자 주민들은 해변으로 달려가 이들이 배에서 내리지 못하도록 막았다. 몇몇 주민들은 이들에게 물과 식량을 제공하면서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을 요구했다.
결국 이들은 배를 다시 움직여 인근 무아라 바투에서 임시 상륙 허가를 받고 배에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체주 정부에 따르면 로힝야족 난민을 태우고 방글라데시에서 출발한 배 3척이 지난 14일부터 전날까지 사흘 연속 아체에 도착했다. 지난 14일 196명을 태운 배가 제일 처음 도착했고 15일에는 147명, 이번엔 249명으로 사흘 동안 총 592명이 상륙했다.
미트라 살리마 수리요노 유엔난민기구(UNHCR) 인도네시아 대표부 대변인은 “당국과 지역 주민들이 계속해서 난민들이 착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인도네시아가 유엔 난민 협약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우리는 난민을 수용할 의무도 능력도 없다”고 난색을 보였다.
인도네시아 내무부도 "난민들에게 임시 피난처를 제공한 친절이 밀입국자들에 의해 오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체주 정부도 너무 많은 난민으로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아체주는 인도네시아 특별자치주로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어 상대적으로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호의적이지만 너무 많은 난민이 도착하면서 이들 역시 반발하는 상황이다.
현재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난민촌에는 로힝야족 난민 약 100만명이 살고 있다.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을 믿는 소수민족 로힝야족은 오래전부터 탄압받았고, 2016년부터 이들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대대적인 진압 작전이 벌어지자 대거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대피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서도 시민권을 거부당한 채 제대로 된 음식이나 의료, 교육 시설 없이 열악한 생활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국교가 이슬람인 말레이시아나 무슬림이 절대다수인 인도네시아로 가기 위해 많은 난민이 낡은 목선에 오르고 있다.
UNHCR은 지난해 2000명 이상의 로힝야족 난민이 배에 올랐고, 이 중 약 200명은 바다에서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