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기업 경영악화 부르는 물가 통제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물가 잡겠다고 가격인상 통제하면

기업들 적자 커지고 부채 늘어나

미래 인플레이션 더 높이게 될것

자유로운 기업활동·창업도 위축





올해 물가 상승률이 서서히 내려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목표치인 2%보다는 높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년 동안 전기와 가스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 있다. 전기와 가스 가격이 추가적으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한다며 가격 인상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정부가 물가 상승 억제를 이유로 가격을 통제하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부작용은 기업들의 경영 악화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 원자재 가격이나 노동임금 등 기업의 비용도 덩달아 오른다. 대부분 공산품이나 서비스는 가격을 수시로 조절하지 않고 일단 기존 가격을 유지하다가 일시에 한꺼번에 조절하는 경향이 있다. 비용이 일정 수준으로 오를 때까지 기다리다가 더 이상 견딜 수 없으면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이는 가격경쟁하는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에서 이러한 기업의 행동을 볼 수 있다. 기업들은 가격을 올리면 일시적으로 흑자가 늘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비용 물가가 오르면서 흑자 수준이 떨어질 것이고 이익이 적자로 전환될 수도 있다. 그때 기업은 가격을 다시 올린다. 어떤 산업에서는 수년의 가격 상승분을 한꺼번에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가격 인상을 통제하면 기업의 적자는 더 커지고 회사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은 지연되거나 취소되며 기업의 부채가 커지면서 경영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기 때문에 언젠가는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려야 할 텐데 가격 인상을 지연하는 기간이 길수록 비용 물가는 더 오르면서 기업은 더 높은 새 가격을 계산해야 한다. 또 가격 인상이 지연되면서 발생한 부채를 갚기 위해 가격을 또다시 추가적으로 올려야 할 수 있다. 현재 한국전력에서 보이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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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력의 경우 가격 통제는 낭비적 전기 소비를 초래했다. 전기 가격이 낮게 유지되면서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지 않고 싼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한전은 비싼 원유를 수입해야 했다. 이로 인해 한전의 손실이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무역적자도 더 커졌을 것이다.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정당성은 인플레이션 억제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비용의 증가에 따라 기업이 어차피 가격을 올려야 한다면 정부 가격 통제의 결과는 오직 가격 상승의 시기를 뒤로 늦춰 미래의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더 높이는 결과만 가져온다. 오히려 가격을 매년 약간씩 물가 상승률이나 원자재 가격에 맞춰 올리는 방법이 더 안정적인 전략일 수 있다.

전력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빵이나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의 가격을 억제하겠다고 한다. 정부가 남아도는 우유의 가격을 인상시켜 놓고 여기서 유래되는 상품들의 가격을 통제한다는 것은 하나의 정책 실패를 다른 정책 실패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경제 문제를 더 키우는 상당히 이상한 정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이 비용 상승에 적응할 수 있는 길을 정부가 막아버리면 경제에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나 창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산국가나 포퓰리즘에 중독된 국가에서 흔히 봐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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