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 역사상 가장 존재감 강했던 영부인…로잘린 카터 사망

남편 대신 순방까지…국정에도 적극 참여

바이든 "그는 언제나 우리 가슴속에 남을 것

지미 카터 전 대통령(왼쪽)과 그의 부인인 로잘린 카터 여사가 지난 2018년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NFL 미식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함께 앉아있다. /AP연합뉴스지미 카터 전 대통령(왼쪽)과 그의 부인인 로잘린 카터 여사가 지난 2018년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NFL 미식축구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함께 앉아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가장 존재감이 강한 영부인으로 꼽혔던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인 로잘린 여사가 19일(현지 시각) 조지아주 플레인스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96세.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카터 센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신 건강, 간병, 여성 권리의 열정적인 옹호자였던 로잘린 여사가 19일 오후 2시 10분, 플레인스 자택에서 별세했다”며 “가족 곁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정신 건강과 관련한 사회적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온 로잘린 여사는 공교롭게 지난 5월, 치매 진단을 받았고 17일부터 호스피스 돌봄을 받았다. 피부암을 앓고 있는 남편인 카터 전 대통령(99) 역시 지난 2월부터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로잘린은 내가 성취한 모든 것에 있어 나와 동등한 파트너였다”며 “그녀는 내가 필요할 때 현명한 지도와 격려를 해주었고, 세상에 있는 동안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지원한다는 것을 항상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다.

로잘린 여사는 1977년부터 1981년까지 카터 전 대통령 재임 동안 의례적인 영부인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남편과 함께 국정에 적극 참여했다. 그는 백악관 이스트윙에 사무실을 만든 최초의 영부인이었으며, 각료 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 특사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방문하기도 했다. WP는 “그녀의 임무는 그녀의 남편이 미국이 무시당한다고 여겼던 국가들에게 미국의 외교 정책을 설명하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로잘린 여사는 또 1978년 9월 워싱턴 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안와르 알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간의 역사적인 평화회담을 중재하도록 카터 대통령을 독려하고,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터 전 대통령은 아내의 의견을 존중했으며 종종 ‘로잘린,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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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은 1977~1978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의 명예위원장을 맡았고, 남편의 대통령 임기 종료 직후인 1982년에는 카터재단을 함께 설립해 정신건강, 돌봄, 유아 면역력 강화, 인권, 분쟁 해결 등 이슈에 집중했다. 로잘린과 지미 카터 부부는 올 7월 7일 결혼 77주년을 맞은 미국 대통령 부부 역사상 최장기 커플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는 이날 백악관 홈페이지에 올린 추모 성명에서 “퍼스트레이디 로잘린 카터는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국민과 전 세계에 영감을 줬다”며 “로잘린 여사는 이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일들을 다루려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기렸다.

이어 “(로잘린 여사와) 40년 넘는 우정을 유지하는 동안, 혹독한 선거 캠페인과 깊고 심오한 상실을 겪을 때마다 몇번이고 우리는 로잘린 카터의 희망과 따듯함, 낙관을 느꼈다”며 “그는 언제나 우리의 가슴 속에 남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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