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최고 140%에 이르는 고물가 등 경제난 속에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에서 극우파인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가 당선됐다. 밀레이 후보는 19일 대선 결선 투표에서 55%가 넘는 득표율로 44%가량에 그친 집권당 세르히오 마사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좌파 ‘페론주의(대중영합주의)’에 대한 심판론을 내세워 현 정부의 경제 실정에 등을 돌린 민심을 잡았다. 한때 풍요로웠던 아르헨티나 경제는 좌파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면서 계속 추락했다. 지난 40년 동안 국가 부도를 9번이나 겪었고 20번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번 아르헨티나 대선 결과를 두고 무상 복지 확대 등 현금 퍼주기 남발 정책 실패에 따른 극심한 경제난과 살인적인 고물가에 지친 민심이 선심 정책을 심판하고 변화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여야 정치권은 내년 4월 총선 표심을 의식해 내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선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신들의 지지층을 의식한 예산은 늘리는 대신 정부·여당이 마련한 예산에 대해선 칼질을 하고 있다. 거대 야당은 새만금 관련 예산을 1472억 원 늘렸고 대표적인 ‘이재명표’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 예산도 7053억 원 증액했다. 반면 정부가 편성한 청년 예산 3000억 원 가운데 2400억 원을 삭감했다.
국민의힘도 노인 임플란트 지원 확대,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 등 당장 급하지 않은 사업 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가 담합해 11조 원 넘게 들어가는 광주~대구 달빛고속철도 사업을 예비타당성조사 없이 추진하는 것도 대표적인 선심 정책이다. 12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증액 의결한 예산 규모는 약 8조 9673억 원에 달한다. 반면 감액 규모는 2384억 원에 그쳤다. 이대로 가면 나라 곳간이 거덜나는 것은 시간 문제다. 여야는 아르헨티나 대선의 교훈을 되새겨 포퓰리즘 경쟁을 중단해야 한다. 24일까지 진행되는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 증액 심사에서 선심 예산을 걸러내고 민간 활력을 북돋아 경제를 살리는 예산안을 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