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한국에서도 전용 급속 충전기인 수퍼차저를 타사의 전기차에 개방한다. 다만 주요 국산 전기차가 수퍼차저를 이용하는 것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코리아는 22일부터 모든 전기차가 이용할 수 있도록 자사의 수퍼차저를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 설치된 총 84곳의 수퍼차저 스테이션에서 약 570여 대의 V3 버전 수퍼차저가 우선 개방되며 점진적으로 모든 사이트가 개방될 예정이다. 충전 요금은 수퍼차저 사이트별로 다르며 테슬라 앱에서 각 충전소를 클릭하면 확인할 수 있다.
수퍼차저는 테슬라가 보유한 세계 최대 급속 충전 네트워크다. 충전 플러그를 차량에 연결하면 충전이 시작되고 플러그를 뽑으면 충전이 종료됨과 동시에 테슬라 앱에 연동된 카드 정보로 결제까지 간편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적으로 5만 대 이상이 설치돼 있고 국내에는 148곳에 총 1007대의 수퍼차저가 있다.
하지만 수퍼차저의 특성 상 타 브랜드 전기차에 대한 실질적인 개방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퍼차저는 차량 왼쪽 후면부에 충전구가 있는 테슬라 차량을 대상으로 개발됐다. 수퍼차저 충전기는 차량을 후면 주차했을 때 차량 왼쪽 충전구에 바로 꽂는 형태다.
수퍼차저는 커넥터 ‘매직독’을 붙이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와 충전 호환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아이오닉5, EV6 등 현대차그룹의 주요 전기차는 테슬라와 반대편인 차량 오른쪽 후면부에 충전구가 위치한다. 일반적인 후진 주차 후 충전 상황에서는 충전선의 길이가 짧아 수퍼차저 충전기 이용이 사실상 제약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차량 오른쪽 후면부에 충전구가 있는 다른 주요 브랜드의 전기차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사항인 만큼 타 브랜드 전기차에 대한 수퍼차저의 실질적인 개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충전을 위해 두 개 주차면을 활용하는 방식으로는 수퍼차저를 이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레이 EV처럼 충전구가 전면에 있는 경우에도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코리아는 이번 결정으로 국내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입김이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충전 인프라 구축에 기여한 제조사에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현재 정부는 전기차 제조사가 3년 이내에 급속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할 경우 해당 회사 차량에 충전인프라보조금 20만 원을 지원한다. 완속충전기는 10대를 급속충전기 1대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