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혹시 담배 피워?” 기침 오래 가고 숨도 차다면…감기 아닌 ‘이 병’ 의심[헬시타임]

COPD, 2020년 전세계 사망원인 3위 올라

국내 4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 꼴로 발병

인지도 턱없이 낮아…감기로 여겨 진단 지연

70~80%는 흡연 관련…40대 이후 男 호발

COPD의 70~80%는 흡연과 관련된다. 이미지투데이COPD의 70~80%는 흡연과 관련된다. 이미지투데이




#직장인 서모(51) 씨는 몇달 전 시작된 기침 증상이 나아지지 않아 괴롭다. 처음에는 일교차가 심하고 건조한 날씨 탓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동네의원에서 감기약을 처방 받아 복용해도 나아지기는 커녕 시간이 지나면서 숨찬 증상이 심해지더니 출퇴근길 10분씩 걷기도 힘든 지경이 됐다. 부랴부랴 종합병원을 찾아 폐기능 검사를 받고서야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이라는 진단을 받은 서씨. 아직 폐기능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말을 위안 삼아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 흡연이 주요 위험인자…40대 이후 남성에서 호발


COPD는 유해한 입자나 가스 흡입 등으로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폐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담배를 피우거나 직업적 유해가스 노출, 실내외 공기 오염, 폐 감염 등에 의해 기관지와 폐 실질에 만성 염증이 발생해 생기는데 기류 제한이 진행되면서 결국 사망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COPD로 병원을 찾은 국내 환자는 19만9119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22만 7314명으로 정점을 찍고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40세 이상 성인 7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70세 이상 노인은 2명 중 1명이 COPD를 앓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다. 그럼에도 일반인 중 대다수가 COPD 또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라는 병명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가 만 20세 이상 69세 이하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폐질환 관련 국민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68.4%가 ‘모른다’고 답했다.

COPD는 보통 40세 이후에 발병하는데 남성의 발병률이 여성보다 3배 가량 많다. 이미지투데이COPD는 보통 40세 이후에 발병하는데 남성의 발병률이 여성보다 3배 가량 많다. 이미지투데이



학회에 따르면 COPD의 70~80%는 흡연과 관련된다. 흡연력이 없는 COPD 환자는 결핵, 천식 같은 호흡기질환이나 실내외 오염된 공기, 미세먼지 등에 대한 노출, 직업상 분진이나 가스 등에 장기간 노출된 과거력, 저체중으로 태어나거나 어려서 호흡기 감염이 자주 있었던 경우 유전력 또는 면역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보통 40세 이후에 발병한다. 실제 COPD 환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3배 가량 많다. 그러나 해당 조사에서는 ‘여성이 COPD에 더 취약하다’고 답하거나 ‘모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86.4%로 나타났다. 이처럼 질환 자체에 무관심하다 보니 기침, 가래, 호흡곤란, 흉부 불편감 등 대표적인 증상이 나타나도 일반인들이 COPD를 떠올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더욱이 일교차가 큰 환절기나 추운 겨울에는 감기, 독감이라 여겨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련기사



◇ 질환 인지도 낮아 흔한 감기로 오해…폐기능 떨어지면 회복 어려워


신아영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COPD는 기침과 호흡곤란이 흔한 증상이지만 기관지 천식, 심부전, 폐렴, 폐암, 기관지확장증 등 다른 질환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구분하기 어렵다”며 “호흡곤란이 점차 심해지거나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잘 낫지 않고 오래간다면 COPD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COPD의 가장 큰 문제는 폐기능이 30~40% 수준으로 떨어진 뒤에야 검사를 받으러 오는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COPD는 오랜 흡연력이나 위험요소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 폐활량 검사를 통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비율, 즉 최대 폐활량 대비 1초간의 호기량 비율이 0.7 미만일 경우 진단한다. 사람은 폐가 두 개 있기 때문에 폐기능이 떨어져도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겉으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폐기능이 50%까지 떨어져도 특별히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은 별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폐기능은 한 번 떨어지면 회복이 어렵다. 뒤늦게 COPD로 진단 됐더라도 폐기능이 이미 저하되어 있으면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COPD가 급성으로 악화해 입원하게 되면 3.3년 뒤 50%가 사망하고 7.7년 뒤에는 75%가 사망한다는 보고도 있다. COPD는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전세계 10대 사망 원인 3위에 올랐다. 2050년에는 대기오염 등으로 COPD가 전 세계 사망원인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아영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인천성모병원신아영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진 제공=인천성모병원


금연은 COPD의 예방은 물론 질환의 경과를 변화시키고 폐기능 감소를 늦출 수 있는 간단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담배를 계속 피우는 COPD 환자는 급성 악화가 자주 발생해 입원 위험과 사망률이 높아진다. COPD가 생겨 숨이 차다고 해서 활동량을 줄이거나 계속 누워 있는 건 금물이다. 우리 몸의 호흡 근육을 포함한 운동 근육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신교수는 “흡연자의 경우 40세부터 1년에 한 번씩 흉부 엑스레이를 찍어 매년 사진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폐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며 “COPD 역시 꾸준히 관리하면 진행을 예방하고 조절이 가능한 질환이 되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