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View & Insight] K푸드 경쟁력 강화 열쇠는 푸드테크

음식과 기술이 합쳐진 푸드테크

세계시장 규모 반도체와 맞먹어

한류 속 K푸드는 시장 키울 무기

"10년 뒤 차세대 먹거리 키워야"

고광본 선임기자(부국장)고광본 선임기자(부국장)




지난해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구석구석 전시장을 둘러보니 ‘푸드테크관’과 ‘우주관’이 새로 추가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IT·인공지능(AI)·스마트홈·디지털헬스·로봇·드론·전기차·에너지·3D프린팅·게임·핀테크·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을 주로 취급하던 것에서 푸드테크와 우주가 부상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 중 푸드테크는 CES 2022에서 글로벌 5대 기술 트렌드로 선정됐다.



푸드테크는 음식(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먹는 것과 관련된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과학기술을 융합한 것을 뜻한다. 키오스크·햇반·밀키트(즉석간편요리), 요리·배달 로봇, 무인매장, 모바일앱을 통한 음식 배달, 개인 맞춤형 음식 추천 서비스, 스마트팜·대체육·배양육·곤충식품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식품 산업에 적용된 AI·바이오헬스·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3D프린팅·로봇 등이 푸드테크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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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식량위기의 대안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도 크게 각광받고 있다. 수년전부터 실리콘밸리에서 투자 자금이 가장 많이 몰리는 분야 중 하나가 푸드테크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푸드테크를 육성해 미래 성장 동력과 청년 일자리 창출, 농식품 수출 확대, 농업·농촌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했다. 푸드테크는 농축수산물의 품종개량과 고기능성 촉진, 생육과 가공 과정에서도 비파괴 당도 검사, AI 자동 수확·선별 장비, 과일과 생선의 신선한 장기 보관 기술을 촉진한다.

세계 농식품 시장은 가공식품을 포함해 반도체(6000억 달러 이상)보다 13배가량 큰 8조 달러를 웃돈다. 이 중 세계 푸드테크 시장(2020년)은 5542억 달러로 매년 40% 가까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공식품 수출이 연 80억 달러가량에 그친다. 세계 최고의 인삼 재배 기술을 갖고 있지만 가장 큰 유통시장은 홍콩에 내주는 게 현실이다. 세계적 농업 강국인 네덜란드가 1000억 달러의 농식품을 수출하는 것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다행히 우리는 세계적으로 한류 열풍 속에 K푸드 바람을 타고 최근 라면·과자·커피·소스류 등의 수출이 늘고 있다. 발효식품이자 우리의 혼이 담긴 김치 등의 수출도 유망하다. 요즘은 유럽과 미국에서 한식당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고 떡볶이·김밥·라면·붕어빵만 팔아도 먹고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푸드테크로 나아가야 한다. 이기원 한국푸드테크협의회 공동회장은 “전쟁의 폐허에서 급성장해 선진국에 들어간 우리나라의 문화와 식품·첨단산업 등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이 크게 커졌다”며 “이런 때 푸드테크를 키워 K푸드가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신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푸드테크 혁신·창발 생태계를 만드는 게 과제로 꼽힌다. 제조 혁명, 빅데이터 활성화, 농축수산 분야와 AI·IT·생명공학 융합, 연구개발(R&D) 확대, 전문인력 양성, 규제 혁파가 필요하다. 실제 해외에서는 미국의 배송로봇 허가 추진과 대체육·배양육 기술 가속화, 싱가포르의 대체육·배양육 표준화 추진, 네덜란드와 일본의 첨단 스마트팜 확산 등 푸드테크 발전을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물론 우리도 푸드테크 분야에서 좋은 기업과 응용기술을 갖고 있고 국회도 푸드테크산업지원법 제정을 만지작거리고 있으나 아직 파괴적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푸드테크가 현재의 반도체·배터리·자동차 등에 이어 10~20년 뒤 차세대 먹거리로 커나가도록 힘을 모을 때다


고광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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