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세 이상 중·노년층 10명 중 1명 꼴로 렘수면행동장애의 전구증상을 앓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윤창호·이우진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신철 호흡기내과 교수 공동연구팀은 렘수면행동장애와 그 전단계의 유병률과 임상 특징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렘(REM·Rapid Eye Movement Sleep) 수면은 안구의 급속한 움직임이 관찰되는 단계의 수면을 말한다. 대뇌가 활발하게 활동해 꿈을 꾸는 단계라고도 알려졌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잠을 잘 때 꾸는 꿈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질환이다. 정상적으로 렘수면 동안에는 근육이 이완돼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근육이 마비되지 않고 긴장돼 자는 동안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다. 렘수면행동장애는 꿈 속 행동이 실제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꿈-행동화’와 근육의 긴장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렘수면무긴장 소실’이 함께 나타난다. 이 중 한 가지만 나타나는 경우 렘수면행동장애의 전단계로 간주한다.
연구팀은 지역사회 코호트(KoGES-Ansan)에 포함된 50~80세 성인 1075명을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와 렘수면행동장애 선별검사 설문지(RBDSQ), 전문의에 의한 병력 청취를 시행했다. 그 결과 렘수면행동장애의 유병률은 1.4%, 렘수면무긴장 소실과 꿈-행동화는 각각 12.5%와 3.4%의 유병률을 보였다. 렘수면행동장애 전구단계 비율이 15.9%로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렘수면행동장애 발병 후 12년 내에 73.5%가 파킨슨병, 루이소체치매, 다계통위축,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렘수면행동장애 전구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이들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돼 조기 선별해 치료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렘수면행동장애의 두 가지 전구증상 간 상관관계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두 전구증상의 임상적인 특징이 매우 다르므로 각각을 별도로 관리하면 렘수면행동장애 및 주요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렘수면행동장애가 의심된다면 수면의 질을 회복하고, 향후 발생 가능한 신경퇴행성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수면 전문의를 만나 적절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권고된다.
윤 교수는 “지역사회 코호트를 기반으로 일반 인구에서 렘수면행동장애와 그 전구증상의 실제 특성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전구증상 이후 렘수면행동장애와 신경퇴행성 질환으로의 진행을 예측할 수 있는 인자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질병을 선별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