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그룹이 다음 달 초 임원인사를 앞둔 가운데 7년간 자리를 지켜온 부회장단 4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이 최근 ‘서든 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그룹을 둘러싼 경영 환경의 엄중함을 경고함에 따라 올해는 인사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불안정한 시기인 만큼 조직을 크게 흔들지 않고 일부 수장의 세대교체만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 달 7일 주요 계열사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는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000660)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096770) 부회장 등 4명의 그룹 부회장단 교체 여부가 주목받는다.
SK그룹은 지난해 경기 리스크 대응을 위해 4명의 부회장을 유임시키며 안정 기조를 택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최 회장이 서든 데스를 언급하며 일부 쇄신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최 회장은 지난달 열린 SK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7년 만에 서든 데스를 다시 꺼냈다. 최 회장이 처음 서든 데스를 언급한 2016년 당시 연말 인사에서는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위원장 대부분이 교체됐다. 주요 관계사에는 사업 개발이나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가진 전문경영인들이 CEO로 내정되는 등 큰 폭의 인사가 이뤄졌다.
특히 60대 수뇌부가 물러나고 50대가 전면 배치되는 등 과감한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현재 부회장단은 1960년생인 최 회장과 대부분 한두 살 터울이다. 60대에 접어든 만큼 이 가운데 일부 교체나 젊은 피의 수혈로 파격을 꾀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세대교체가 반영될 경우 박성하 SK스퀘어 사장,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등 사장단에서 승진할 수 있다는 하마평이 나오고 있다. 다만 부회장단 동시 퇴진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3분기 실적 발표 후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회복돼 분위기가 환기되면서 전체 유임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4연임에 성공한 조 의장은 대체자를 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 부회장은 최 회장의 경영 철학인 파이낸셜 스토리를 가장 성공적으로 실행한 CEO로 평가받는다. 장 부회장은 ‘기획통’으로 최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박 부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나지만 최근 실적 개선에 따라 유임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사업 성과가 개선되기 시작하면서 인사의 방향도 조정되고 있다”며 “대폭 교체보다는 안정 속 쇄신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