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巨野에 막혀…또 밀실로 간 정부 예산안

내년도 예산안·세법 모두 소소위행

상임위 野단독 의결한 예산 평행선

민주, 자체 수정안 마련 예고·압박

與 “이재명 정부 차려…대선불복”

2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서삼석(가운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야당 간사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른쪽은 여당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2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소위에서 서삼석(가운데)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야당 간사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른쪽은 여당 간사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65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여야 이견에 부딪혀 올해도 밀실 심사로 넘어갔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중점 추진 사업인 청년 일자리 및 원전 예산 등이 거대 야당의 감액 주장에 의해 좌초 위기를 맞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의 증액을 요구하면서 자체 수정 예산안 처리까지 경고하고 있다. 야당이 의석수를 활용해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양당 간사로 구성된 ‘소소위원회’를 가동해 예산안 심사를 재개했다. 앞서 2주간의 예결위 심사에서도 여야가 쟁점 대부분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결위 시작 전부터 민주당이 각종 상임위원회에서 일방적으로 예산을 감액 또는 증액한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거대 야당이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것은 ‘윤석열표’ 예산이다. 민주당은 앞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청년취업진로 및 일경험지원 사업’ 예산 2382억 원을 전액 삭감해 단독으로 의결했다. 청년 일자리 사업은 정부 여당이 내년도 예산안에서 강조해온 항목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의 증액을 위해 실효성이 낮은 정부의 청년 사업 예산을 삭감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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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편성한 원전 예산도 발목이 잡혔다. 민주당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위원회에서 원전 관련 예산 약 1831억 원을 삭감한 예산안을 강행 처리해 예결위로 넘겼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예산은 4501억 원 증액 의결했다. 문재인 정부 시기 설립된 한국에너지공과대 사업 지원 예산도 127억 원 늘렸다.

민주당은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다는 점을 노린 모습이다.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 R&D 예산 8000억 원가량을 늘리면서 동시에 방송통신위원회의 ‘가짜 뉴스’ 정책 추진 예산을 약 46억 원 감액했다. 동시에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등 ‘이재명표’ 예산은 증액을 벼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대표적 정책이었던 지역화폐 예산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7053억 원 증액 의결됐다. 이 대표가 주장한 ‘청년 패스(청년 3만 원 교통비 지원)’ 예산 2923억 원도 관련 상임위에서 증액 의결됐다.

상임위에서 단독 의결된 쟁점 예산들은 예결위에서 평행선을 달린 만큼 소소위에서도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민주당은 야당 단독 수정 예산안 카드도 꺼내든 상태다. 지난해처럼 감액 수정안을 마련하고 단독 처리 직전까지 몰고 가면서 협상의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야당이) 예산안을 수정하더라도 정부의 편성권은 최소한 존중하고 무리한 특검법과 탄핵안을 본회의에 올리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국회에 따로 ‘이재명 정부’를 차리겠다는 대선 불복 인식이 반영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예산 부수 법안인 세법개정안도 소소위로 넘어가게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날 조세소위원회를 열고 세법개정안 300여 개를 심사했지만 ‘결혼 증여 1억 원 추가 공제’와 ‘가업 승계 증여세 저율과세 확대’ 등 쟁점 세법들은 모두 보류했다. 야당이 해당 사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하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예결위·기재위 소소위에서 여야 이견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예산안 처리가 법정 시한(12월 2일)을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정부의 국정과제와 관련된 예산을 국회에서 거부하는 행위는 조심해야 한다”며 “정부 정책에 반대 의견은 있을 수 있지만 야당이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예나 기자·김예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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