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데 이어 그 실행 차원에서 최전방 감시소초(GP)에 병력과 중화기를 투입한 것은 고강도 무력 도발을 감행하기 위한 예열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으로 9·19합의를 통해 단행했던 기존의 조치들을 순차적으로 백지화해 원상 복구하고 고강도 무력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안보 긴장을 고조시켜 윤석열 정부의 국방 정책을 흔들고 북한 내 여론을 결집시키려는 포석이다.
27일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이 철거된 GP에 병력을 투입해 감시소 복원에 나서고 있어 군사적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태”라며 “정전 협정에 따라 DMZ 내에 반입이 금지된 기관총·포 등 중화기를 GP 등 전선 지대에 투입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2018년 말 철거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11개 전방소초(GP)에 병력을 보내고 무반동 기관총·포를 반입하는 등 GP 복원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은 이달 23일 밤 10시에 ‘조성된 정세에 대처해 비상 작전지휘 태세로 전환하라’는 북한군 총참모부 전신(電信) 명령을 전군 참모부에 하달했다. 이에 따라 북한군 전군 부대 참모부가 전투 갱도로 이전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소식통은 “비상 작전지휘 태세는 당 중앙 군사위원회와 최고사령부의 명령이 임의 시각에 내려오면 즉시 명령을 집행할 수 있게 참모부 사무실을 외부 건물에서 갱도 안으로 전개하고 24시간 대기 상태로 전환하는 체계”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북한군 국지 도발에 대비해 즉각 군사 대비 태세 강화에 돌입했다.
군이 공개한 사진에는 △북한군 병력이 감시소를 설치하는 장면 △진지에 무반동총으로 추정되는 중화기를 배치하는 장면 △병력이 야간 경계 근무를 서는 장면 등이 담겼다.
합참 관계자는 “GP 파괴 후 병력과 장비가 모두 철수했는데 북한군이 장비를 들고 가는 모습도 보인다”며 “원래 GP 내 무반동총·고사총 등 중화기가 있었는데 북한 용어로 비반동총(무반동총)을 들고 가는 장면이 식별됐다”고 설명했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GP 복원 외 북한군 동향에 대해서는 “해안포 개방이 많이 늘었다”며 “기존에는 평균 1개소에 2문 정도였는데 지금은 많이 늘었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북한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재무장화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군 당국은 “대응 조치를 즉각적으로 이행할 만반의 준비를 갖춰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응 조치로는 우리 군도 파괴 및 철수한 남측 GP를 복원하는 것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