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신기술 분야에서 성과를 낸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하며 이재용 회장이 강조해온 ‘기술 경쟁력 강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인사 규모는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0대 부사장, 30대 상무의 발탁을 이어가면서 성과주의 분위기 확산에 힘을 실었다.
삼성전자는 29일 부사장 51명, 상무 77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4명 등 총 143명의 임원을 승진시키는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27일 실시한 사장단 인사의 후속이다.
올해 인사 규모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다. 143명의 승진 규모는 2017년 5월(90명) 이후 최소다.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 수는 2020년 214명 이후 2021년 198명, 2022년 187명 등 3년 연속 감소 흐름이다.
규모는 줄었지만 성과주의 기조 아래 나이·성별·국적에 관계없이 뛰어난 능력을 보인 인사들을 중용한다는 방침은 계속 유지했다. 특히 미래 성장 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SW)와 신기술 분야 인재를 다수 승진시켰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문한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이 녹아든 결과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지속적인 미래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경영 성과와 성장 잠재력을 갖춘 리더들이 적극적으로 발탁됐다.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 8K, 퀀텀닷발광다이오드(QD-QLED) 등 프리미엄 제품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끈 손태용 디바이스경험(DX) 부문 VD사업부 마이크로 LED팀장과 갤럭시 S 시리즈, 폴더블 등 주력 스마트폰의 하드웨어(HW) 개발을 주도한 김성은 DX 부문 MX사업부 스마트폰개발2팀장 등이 부사장으로 올라섰다.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적용한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제품 양산화 성공에 기여한 한상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CTO 반도체연구소 차세대공정개발실장, 폴더블폰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양병덕 DX 부문 MX사업부 디스플레이그룹장 등 미래 신기술 분야 우수 인재들도 부사장 승진 대상에 포함됐다.
40대 부사장, 30대 상무 등 젊은 인재를 과감히 발탁하는 인사 기조도 이어졌다. 30대 상무 1명과 40대 부사장 11명이 배출됐다. 지난해(30대 상무 3명, 40대 부사장 17명)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수년간 이어진 연공서열 파괴의 결과로 조직 내 세대교체에서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
올해 최연소인 황인철 DX 부문 MX사업부 AI개발그룹장을 비롯해 강동구 DS 부문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설계2팀장, 김일룡 DS 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제품기술팀장, 박태상 DX 부문 생산기술연구소 스마트팩토리팀장 등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올해 유일한 30대 상무 승진자인 손왕익 DX 부문 MX사업부 스마트폰개발1그룹 상무는 하드웨어 개발 전문가로서 갤럭시 S 시리즈의 선행 개발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연구개발(R&D) 분야의 임원급 기술 전문가인 펠로우(1명)·마스터(14명) 승진자도 두 자릿수를 유지하면서 기술 우대 방침을 대내외에 전파했다.
여성·외국인 임원 발탁을 통한 다양성 확보 노력도 이어졌다. 여성 6명, 외국인 1명이 각각 상무로 승진하면서 임원으로 올라섰다. 송문경 DX 부문 글로벌마케팅실 D2C센터 오퍼레이션그룹장, 이영아 DX 부문 VD사업부 차세대UX그룹장, 찰리장 DX 부문 CTO 삼성리서치 6G연구팀장 등이 상무 승진자 명단에 포함됐다. 정혜순 DX 부문 MX사업부 프레임워크개발팀장과 발라지 소우리라잔 DS 부문 SSIR 연구소장은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진급했다.
삼성전자는 27일 실시한 사장단과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올해 경영진 인사를 마무리했다. 다음 달 중순 글로벌전략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내년 사업 전략을 세울 계획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공서열의 파괴로 ‘열심히 일하면 승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줬다는 것이 큰 의미”라며 “또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 4차 산업혁명의 준비를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점도 긍정적인 변화”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