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尹 "엑스포 유치 실패 모두 저의 부족 탓…국토균형발전 차질없이 추진할 것"

리야드에 크게 뒤처진 29표 충격

10시간만에 대국민담화 공개사과

'외교참사·정권무능' 정치공세 차단

기업인 이름 언급하며 노고 치하도

영호남 인프라건설 추진 의지 밝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10시간여 만에 전격적으로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민관이 합심해 500여 일간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119표)에 크게 뒤진 ‘29표’의 충격적인 결과의 책임을 모두 자신에게 돌리며 국론 분열 상황을 막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영호남 등에 대한 국토균형발전의 지속적인 추진 의지를 피력하며 엑스포 유치 불발로 실망한 현지 민심을 달랬다.



윤 대통령은 29일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부산 시민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께 실망시켜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특정 현안에 대해 직접 대국민 담화를 한 것은 지난해 이태원 사태 당시 이후 두 번째다. 이번 브리핑은 담화 8분 전 언론에 공지되는 등 급박하게 진행됐다. 전날 새벽 1시 22분께 유치가 불발돼 정부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사안이 엄중하다고 판단한 윤 대통령은 오전 참모진과의 회의 직후 직접 본인이 나서 국민께 사과하고 설명 드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전날 새벽 관저에서 엑스포 개최지 발표를 보고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굉장히 중요한 국정과제였고 변화가 있어 대통령이 국정 책임자로서 큰 원칙과 기본적 입장을 국민께 직접 말하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열세라는 것은 알았지만 차이가 크다는 것에 실망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윤 대통령 담화에는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대부분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저의 부족”이라는 말을 세 차례나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은 저의 부족이라 생각해달라”며 “대통령인 저의 부족의 소치”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야당의 ‘외교 참사’ ‘정권 무능’ 등의 공격 프레임에 선제 대응했다는 평가다.



특히 엑스포 책임론으로 각자 자리에서 뛰어야 할 국무위원·기업인에 책임론의 날선 화살이 꽂히는 것을 자신이 몸으로 막겠다는 의지를 비쳤다. 담화문 초반에 엑스포 유치를 위해 함께 뛴 박형준 부산시장, 최태원 대한상의 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업무를 제쳐놓고 최선을 다해서 뛰어줬다”며 “정말 최선을 다해서 지난 1년 이상을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노고를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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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실패 원인에 대해서도 복기했다. 윤 대통령은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는 직접 전화 통화도 했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며 저희가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의 취지인 ‘국토균형발전’ 전략은 유지하겠다고 강조하며 지방 민심 달래기에도 나섰다. 윤 대통령은 “멀리서 보면 ‘대한민국’ 하면 서울밖에 모른다. 그게 아주 보편적”이라며 “부산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두 축을 통해 세계에 알리고 이것을 거점으로 해서 영호남 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엑스포 부산 유치 실패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축구에서 운동장을 전부 써야 좋은 경기가 나오듯이 이제 우리는 세계 10대 경제 강국에서 더 점프를 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토의 모든 지역을 충분히 산업화해서 다 사용해야 된다”며 “영호남 지역은 부산을 축으로, 또 서울을 축으로 해서는 수도권·충청·강원 지역으로,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국토의 균형발전 전략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며 “예정대로 해양 국제금융 첨단산업 디지털 거점으로 육성해 호남까지 연결, 남부 지역에서 모든 경제 산업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을 차질 없이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개최국인 사우디에 대해서는 “우리의 핵심 파트너국인 사우디가 엑스포 개최를 성공적으로 이루게 돼 축하한다”며 “그동안 준비해왔던 자료와 경험, 우리의 자산을 사우디에 충분히 지원해 성공적인 엑스포 개최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전했다.


강도원 기자·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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