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단독]돈잔치 논란에 '확실한 한방' 꺼내…형평성 고려, 지원 대상은 좁혀

■은행권 '민생지원 TF' 가동…소상공인에 '이자 캐시백'

취약차주 실질적 지원에 초점

임대업자·청년·노인 제외 가닥

대출실적따라 지원액 분담 전망

코로나대출 유예 이어 이자 감면

"자영업 부실 위험만 키워" 지적도





“은행권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 이번에는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합시다.”



2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은행권 민생 금융 지원 방안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금융 당국은 참석자들에게 이렇게 일렀다고 한다. 연초 은행의 ‘돈 잔치’ 논란이 불거진 후 10조 원 규모의 ‘상생 방안’을 내놨는데도 은행권을 향한 비판 여론이 다시 끓어오르자 보다 강력한 지원책을 내놓으라고 재차 주문한 것이다.

당국과 여론을 의식한 듯 은행권 TF 참석자들은 첫 회의부터 상생 방안에 담길 굵직한 내용을 테이블에 올렸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TF가 지원 기준으로 ‘금리 5% 이상의 대출을 보유한 차주’를 거론한 점이다. 앞서 은행권은 캐시백 형태로 취약차주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차주당 이자 환급 규모를 좌우할 기준점이 제시된 것이다. 가령 차주가 내년에 금리 연 7%의 신용대출 1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이자 가운데 5% 이상으로 부담한 200만 원의 일부를 다음 해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초에 발표한 상생 방안은 지원 규모 자체는 컸지만 한 꺼풀 벗겨보면 보증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 터라 ‘실적 부풀리기’라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이번에는 차주가 보다 직관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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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대상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로 좁힌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각에서는 청년과 노년층을 지원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으나 TF 내에서 대상을 좁혀 지원 역량을 높이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TF 참석자들은 대상이 확대될수록 형평성 시비가 커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청년을 대상에 포함할 경우 청년의 범주를 어디까지로 봐야 할지, 소득이 많은 청년까지 지원 대상에 넣어야 하는지 등 따져 봐야 할 변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TF 논의에 밝은 한 인사는 “일부 은행에서 청년과 노인 중 다중채무자는 취약차주로 분류해 지원을 검토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연말까지 지원 방안을 확정 지어야 하는 만큼 TF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지원 대상에 오를지는 추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에서도 새희망홀씨 등 정책금융을 활용하는 취약차주를 구분해 선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TF 내에서는 부동산 임대업자는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TF가 짚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은행별로 어느 수준만큼 부담할지다. 앞서 금융 당국은 국회에서 논의되는 ‘횡재세’ 규모(약 2조 원)만큼을 전체 지원액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은행권의 한 인사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은행별 대출 실적을 기준으로 분담금이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상생 금융안과 관련해)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TF는 이 같은 방안을 추가로 논의해 다음 달 중 최종 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권의 상생 금융안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당국이 차주의 도덕적 해이를 거듭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를 해준 데다 지난달에는 팬데믹 시기 선지급한 일부 재난지원금에 대한 환수 조치를 백지화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혜택이 몰리면서 이미 폐업했어야 하는 사업장이나 사업성이 없는 곳들도 계속 유지되고 있는데 부실 위험을 갈수록 키우는 것”이라면서 “혜택 대상이 아닌 일반 차주들도 고금리에 시름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혜택 대상이 치우치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매년 조 단위로 사회 공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22 은행권 사회 공헌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권의 지난해 사회 공헌 활동 총 금액은 1조 2380억 원에 달한다. 전년과 견줘 16.6%(1763억 원) 늘어난 규모다. 최근 들어 당국이 은행권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자 이달에도 신한·하나금융 등은 각 1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안을 내놓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올 초 상생안을 내놓을 때만 해도 당국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봤는데 총선이 임박하자 ‘여전히 부족하다’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은행으로선 굳이 사회 공헌액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김우보 기자·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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