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재판에서 법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경찰을 압박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했다. 그 중심에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다는 점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김미경 허경무 김정곤 부장판사)는 29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1심 선고기일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백원우·박형철은 반부패비서관실에서 경찰청으로 이첩되는 범죄 첩보에 대해서는 경찰이 수사개시 여부나 그 결과에 대해 부담을 가진다는 점을 이용했다"며 "적극적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 적법한 감찰 결과를 이첩하는 것처럼 범죄첩보서를 반부패비서관실 행정관을 통해 직접 인편으로 경찰청에 이첩했다"고 지적했다.
백 전 비서관 등은 재판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으나 재판부는 이날 "백원우·박형철은 당시 대통령비서실에서 일하거나 울산의 지역민심 동향을 파악해 송철호와 대통령의 관계, 송철호의 출마 예정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며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차기 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매우 큰 야당 소속 현직 시장에 대한 비리 수사를 선거 8개월 전에 시작할 경우 그에게 불리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이날 징역 3년이 선고된 황 의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송철호와 만난 뒤 갑자기 담당 수사관도 알지 못하던 김기현 시장의 주변 의혹에 관해 조사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문제 소지가 있다'는 수사관들은 전보 조치한 후 송철호와 친분이 있거나 고발인과 유착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경찰을 수사팀에 발령내는 등 혐의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수사가 진행되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경찰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형제들이 건설업자로부터 아파트 사업권 인·허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30억원 상당의 용역계약을 얻어냈다는 의혹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를 중대 범죄라며 강하게 질책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황운하는 울산경찰청장, 백원우·박형철은 청와대 비서관이라는 공권력의 정점에 있는 지위를 악용했고 송철호는 이에 가담해 특정 정당과 후보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조직적으로 청탁 수사에 나섰다"며 "이들은 상대 후보를 공격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해 유권자 선택과 결정을 왜곡하려 했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에게 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는 징역 3년을, 백 전 비서관은 징역 2년을, 박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등 피고인 15명 가운데 12명에게 유죄가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