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일부가 심하게 훼손된 중국 출신 거지들의 등장에 태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30일(현지 시각) 방콕포스트와 타이PBS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이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지난 10일쯤부터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일반 시민들이 촬영한 사진이 다수 올라왔다. 이들의 행색은 대부분 몸 곳곳에 화상과 상처 흉터가 선명했고 사지가 없거나 얼굴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가방이나 플라스틱 박스 등을 들고 방콕에서 시민들에게 돈을 구걸했다. 한글로 ‘영등포 구립 도서관’이라고 적힌 에코백을 들고 구걸하는 이도 있었다. 구걸은 태국에서 불법이다.
이들의 모습을 본 방콕 시민들은 일제히 수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고도 여러 건 들어왔다. 결국 태국 경찰이 단속에 나섰고, 남녀 6명이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국적은 중국이었다. 이들은 경찰에 “중국에서 화재로 크게 다친 뒤 태국에 건너와 자발적으로 구걸을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구걸이 불법이 아니라서 하면 안 되는 일인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구걸로 하루 최대 1만바트(약 37만원)를 번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한 ‘중국어 통역사’와 연결돼 있고, 아파트와 호텔 등 숙소에 함께 머물렀다는 점 때문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인신매매 의혹이 등장했다. 온라인에서는 “중국 갱단이 비장애인을 납치해 신체를 훼손한 뒤 태국에서 돈을 벌게 만들고 있다” “국제 인신매매 조직과의 연계가 의심된다” “고문과 협박을 당해서 구걸에 나선 것 아니냐” 등의 의견들이 나왔다.
하지만 현지 경찰은 최근 이들이 인신매매를 당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자발적으로 구걸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는 것이다. 이들과 연계됐다는 ‘중국어 통역사’에 대해서는 “몸이 불편한 중국인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아직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민 당국은 걸인 행세를 한 중국인 6명을 추방하고, 10년간 태국 입국을 금지했다.
이번 일로 태국 정부의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관광객 입국 조건을 지나치게 완화하면서,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이들까지 무분별하게 들어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태국은 경제와 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지난 9월 말부터 내년 2월 말까지 중국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