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야당의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약 2시간 앞두고 전격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이 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탄핵 대상자가 스스로 물러남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 올라온 이 위원장의 탄핵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 위원장의 결단으로 정부는 방통위의 장기간 표류를 피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또 다른 안건인 검사 탄핵안을 강행 처리해 사법 체계를 흔들었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손준성 검사장과 이정섭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사실상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 차원에서 본회의에 입장하지 않았다. 표결 결과 ‘고발사주’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손 검사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총 투표수 180표 중 찬성 175표, 반대 2표, 무효 2표, 기권 1표로 의결됐다. 처가 관련 공무상 비밀누설 의혹 등이 제기된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안 역시 총 투표수 180표 중 찬성 174표, 반대 3표, 무효 2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이 검사는 최근까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의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이를 이유로 여권은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을 위해 탄핵소추 권한을 남용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두 검사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됨에 따라 헌법재판소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이들의 검사 권한은 정지된다.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것은 9월 ‘간첩 조작 보복 기소’ 의혹을 받는 안동완 검사 이후 헌정 사상 두 번째다. 당시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 속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주도로 통과됐다.
한편 이 위원장은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그동안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것이 공직자의 도리”라며 자진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편파적인 국회 운영으로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시켰다며 김진표 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