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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기후 위기로 말라리아 퇴치 어려워져”

임산부와 5세 미만의 어린이가 말라리아에 가장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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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기온 상승으로 인해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면서 기후 위기가 말라리아 퇴치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WHO가 이날 발표한 세계 말라리아 현황보고서를 통해 기온 상승이 이전에는 말라리아가 없었던 아프리카 고지대 지역에 말라리아를 전파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 말라리아 발병 건수는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19년 발병 건수가 2억3300만건으로 기록된 데 비해 지난해에는 2억4900만건으로 증가했다. 사망자 수도 2019년 57만6000명에서 지난해 60만8000명으로 늘었다. 매주 약 1만2000명꼴로 말라리아 때문에 목숨을 잃는 셈이다.

특히 임산부와 5세 미만의 어린이가 말라리아에 가장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감염자와 사망자 대부분은 아프리카에서 발생하고 있다.

말라리아의 매개체인 모기는 따뜻하고 습한 환경에서 번식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인해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지난해 심각한 홍수를 겪은 후 말라리아 감염자 보고 건수가 2021년 50만건에서 지난해 260만건으로 5배 증가했다. 홍수로 고인 물이 모기가 번식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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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결핵·말라리아 퇴치를 목표로 하는 국제단체인 글로벌펀드의 피터 샌즈 사무총장은 “강제 이주, 의료 서비스 붕괴, 식량 불안정, 영양실조 증가 등 기후 위기와 관련된 다른 요인들이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노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스홉킨스블룸버그공중보건대학의 말라리아연구소 부소장인 포티니 시니스 박사는 “기후 위기가 말라리아 확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이에 대해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특히 말라리아에 취약한 지역에서 이를 퇴치하는 데 기후 변화가 상당한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고 그 영향을 줄이기 위한 빠른 조치와 그 어느 때보다 지속가능하고 탄력적인 말라리아 대응 조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살충제에 대한 내성 강화, 주 서식지인 아시아·아랍 지역을 넘어 아프리카로 퍼진 아노펠레스 모기의 증가 등 말라리아 퇴치를 위협하는 다른 요인들도 지적했다.

말라리아 발병과 관련이 있는 이 모기는 도시 환경에서 번식하고 높은 온도를 견디며 살충제에 대한 강한 내성이 있다. WHO는 “빠르게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 모기가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 도시에서 말라리아 감염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말라리아 퇴치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샌즈 사무총장과 시니스 박사는 “살충 처리된 모기장 보급, 새로운 살충제 및 말라리아 백신 개발 등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WHO는 효과가 좋은 말라리아 백신인 ‘R21/매트릭스-M’ 사용을 권장했다. 또 2021년에 WHO가 승인한 또 다른 백신 ‘RTS,S’는 지난주 카메룬에 도착했다. 카메룬을 포함한 아프리카 12개국이 향후 2년 동안 말라리아 백신 접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WHO에 따르면 RTS,S 백신이 도입된 지역에서 중증 말라리아 발병률이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백신이 도입되지 않은 지역에 비해 유아 사망률이 13% 감소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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