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일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이유에 대해 “노동 약자 보호는 공감하지만, 법 조항 몇 개 개정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고용부는 이날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국회 재의 요구안를 의결한 데 대해 이 장관이 고려한 4가지 우려점을 공개했다. 단체교섭 혼란, 죄형법정주의 원칙 위배, 파업 유발과 노조 활동에 따른 피해 구제 어려움, 사회적 대화 필요성 등이다. 이는 정부와 경영계의 시각과 일치한다. 노란봉투법은 원·하청 교섭 길을 트고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노동계는 이를 통한 노동권 신장과 하청 근로자 처우 개선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경영계는 원·하청 교섭 혼란과 불법 파업이 늘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요청을 받아 들여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이 장관은 “역사적으로 일방의 입장을 반영한 일방적인 노조법 개정은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왔다”며 “노조법은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노동쟁의를 예방하는 게 목적인 중요한 법률이다, 현장의 목소리와 많은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약자 보호,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만, 법 조항 몇 개 개정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는 조선업,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에서 사회적 모델을 확산하고 불공정 격차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 방향을 마련 중이다, 사회적 대화가 복원된만큼 노사정(노동계·경영계·정부)의 심도 있는 실효성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요청안 의결 직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 공동 성명을 통해 “ 정부는 개정 노조법 2·3조(노란봉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들이 재벌 대기업의 이익만을 편협하게 대변하고 있음을 폭로했다”며 “거부권이라는 권력을 휘둘러 노동자들과 국회와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논평을 통해 “노사법치주의를 외쳤던 정부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판단을 무시하고, 오로지 사용자 단체만의 입장을 조건 없이 수용했다”며 “정부여당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겨우 국회 문턱을 넘었던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무산시킨 것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앞으로 거부권 행사에 대한 항의 차원의 노동 운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도심 집회를 예고했고 한국노총은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부대표자 회의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