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쇄신’이라는 과업을 성사시키지 못한 채 공식 활동을 사실상 종료한다. 당 지도부는 혁신위가 공식 제안한 ‘희생안’을 건너뛰고 곧바로 총선 모드에 돌입할 모양새다. ‘전권 부여’라는 당초 약속과는 달리 주요 혁신안들이 줄줄이 외면받으면서 ‘시간 끌기용 혁신위’라는 지적이 재점화된 가운데 김기현 대표가 당 안팎의 논란을 불식시킬 메시지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혁신위는 7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 당 지도부, 친윤(친윤석열), 중진들의 험지 출마 또는 불출마를 골자로 한 ‘6호 혁신안’ 보고를 끝으로 주요 업무를 마무리 짓는다. 혁신위는 공식 활동 기한인 이달 24일까지 추가 안건 논의 없이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한 백서 작업에 매진한다.
최고위에서 6호 혁신안이 정식 의결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지도부는 해당 사안은 이달 중순 출범 예정인 공천관리위원회가 다룰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친윤·중진이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고 공관위로 안건을 넘기기로 한 상황에서 권고안을 존중하고 공천룰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것 이상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3호 혁신안(비례대표 당선권에 청년 50% 공천), 4호 혁신안(전략공천 원천 배제) 등도 공관위로 공이 넘어갔지만 여당의 선거 전략과 배치돼 수용될 여지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공관위원장직을 직접 맡아 스스로 ‘인적 쇄신’을 완성하겠다고 요구했지만 지도부의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가) 궤도 이탈의 조짐이 보인다”며 “공관위가 해야 할 업무와 혁신위 역할은 분명히 차이가 있는데, 지금은 혁신위가 스스로 혼돈을 일으키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2기 지도부’는 총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여당은 최근 영입을 확정 지은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 총선 인재 5명을 발표하는 한편 정책위원회 중심의 공약개발본부를 발족해 총선 공약 개발에 나선다. 이는 총선을 앞두고 주도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이 전권을 약속했던 혁신위의 요구를 무시한 채 어물쩍 ‘총선 모드’에 돌입했다가는 “애당초 혁신 의지가 없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표가 이러한 논란을 일축할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혁신위의 ‘희생안’에 대한 실천 의지는 대표의 메시지에 달렸다”며 “(김 대표가) ‘당과 윤석열 정부를 위해서라면 내 모든 것들을 당에 맡기겠다’는 상징성 있는 액션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