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업계가 엔데믹 효과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 밀듯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이 호텔의 빈 방을 채우고 결혼식·컨퍼런스 등 연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호텔 업계가 역대 최고 실적 ‘축포’를 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면세점 업계는 엔데믹에도 불구하고 쓴 입맛을 다시고 있다. 다이공 수수료 인하에 따른 매출 감소, 중국 여행객의 소비 감소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앤리조트, 호텔신라 호텔 앤드 레저부문, 조선호텔앤리조트 등 3곳의 올 1~3분기 합산 매출은 1조 792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1% 늘어났다. 이같은 추세라면 3사는 올해 2조 원 중반대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가 업계 최고 성수기라는 점이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롯데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조 190억 원의 매출로 사상 최초로 ‘1조 클럽’에 가입한 롯데는 올해도 1조 원 달성이 확실시된다. 3분기 누적 매출이 9184억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을 예고한 상태다. 신라는 서울호텔과 스테이 매출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조선은 올 들어 매 분기 전년 동기 대비 10~30%대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업계가 이처럼 나란히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엔데믹 영향이 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투숙객 비중과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MICE), 웨딩 등 연회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실적이 개선된 것”이라며 “지금도 주요 호텔은 주말 기준 만실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롯데의 3분기 외국인 투숙객 비중은 43%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8%포인트 상승했다. 조선도 객실, 식음, 연회 분야 매출이 고르게 신장했다.
호텔이 엔데믹에 웃은 반면 면세점은 웃지 못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의 1~3분기 합산 매출은 지난해 9조 5141억 원에서 올해 5조 8387억 원으로 38.5%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158억 원에서 1617억으로 늘어난 데서 겨우 위안을 삼는 분위기다. 업계가 송객 수수료를 인하하자 다이공이 발길을 끊으면서 매출은 줄었고 수익은 늘어난 것이다.
전망도 현재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호텔은 팬데믹 당시 레저 문화로 자리 잡은 ‘호캉스’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 변화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커의 한국행 본격화와 호캉스로 호텔은 내년 이후 실적 전망이 밝다”며 “다만 면세점은 유커도 면세점 명품보다는 일반 뷰티크숍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시장 상황에서 호텔은 위탁 경영 등을 통한 해외 진출 및 공격 경영을 이어갈 방침이다. 면세점 업계는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쏟는다. 롯데는 최근 서울 명동에 쇼룸 LDF하우스을 열었고 신세계는 지난달 인천공항점에 샤넬 원더랜드를 내놨다. 신라는 대만에서 열린 국제여행박람회에 참가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상품 구성부터 이동버스 등 인프라까지 단체 고객을 맞을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