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너머 수학으로도 재능을 인정받은 피아니스트가 있다. 7살에는 채프먼 대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작곡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커티스 음악원과 왕립 음악원에서 음악 공부를 이어갔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와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수학학도가 되었고, 마침내 파리 제6대학교에서 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범상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 피아니스트 킷 암스트롱(31)이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마포문화재단의 제8회 ‘M 클래식 콘서트 축제’ 일환인 아시아 3국 특별 공연 ‘3 피스(PEACE) 콘서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대만계 미국인인 암스트롱은 5~7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열리는 릴레이 리사이틀 중 6일 공연을 맡았다. 5일에는 한국 피아니스트 김도현이, 7일에는 일본 피아니스트 다케자와 유토가 무대에 오른다. 국적은 미국이지만, 대만 문화와 함께 성장한 그는 아시아의 화합을 노래하기에 걸맞은 인물이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동양인으로서의 감성과 오래 살고 지낸 서양에서 체득된 문화적 정체성은 음악을 하는데 있어 장점으로 작용해왔다”고 설명했다.
암스트롱은 6일 공연에서 바흐 코랄 전주곡, 생상스 모음곡,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6번 등 다양한 피아노곡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제가 가장 사랑하는 곡들을 선정했다”면서 “한국에 저를 아는 관객들이 있다면 제가 이 곡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것”이라고 전했다.
2부에서는 아시아 3국을 대표하는 3명의 피아니스트가 한 대의 피아노에서 라흐마니노프의 ‘6개의 손을 위한 로망스’를 연주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암스트롱은 “세 국가의 피아니스트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점이 흥미로웠다”면서 “(라흐마니노프의 ‘로망스’만큼) 공연의 주제인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적합한 곡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아노의 거장 알프레드 브렌델은 암스트롱에 대해 “전에 만나보지 못한 피아니스트”라는 말을 남겼다. 어린 나이에 피아노 연주와 작곡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얻은 암스트롱의 별명은 ‘모차르트의 환생’이다. 그는 “(별명에) 그저 감사할 뿐 크게 동요되거나 부담을 가지지는 않는다”면서 “‘신동’은 그만큼 제 음악을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말해주는 기분 좋은 단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곡과 수학 공부까지, 암스트롱은 이색적인 면모가 가득한 청년 피아니스트다. “수학과 음악은 여러 면에서 닮아 있다. 수학의 체계와 논리가 음악에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음악 외적인 경험도 제 음악 인생의 일부”라는 말을 남겼다. “다양한 음악으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고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