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치러진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 학생들의 수학·읽기·과학 평균 점수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교육 여건이 악화했음에도 잘 발달된 한국의 원격 교육과 사교육이 점수 상승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일부 과목의 경우 상하위권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이는 부모의 경제력에 기인한 결과일 수 있는 만큼 공교육 강화를 통해 하위권 학생들의 기초 학력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OECD는 회원국을 비롯해 81개국 학생을 대상으로 한 PISA 2022 결과를 5일 발표했다. PISA는 만 15세 학생의 수학·읽기·과학 소양을 3년 주기로 평가하는 국제 비교 연구다. 한국은 첫 연구였던 PISA 2000부터 참여하고 있다. 이번 PISA에는 OECD 회원국 37개국·비회원국 44개국 등 총 81개국에서 약 69만명이, 한국에서는 186개교에서 6931명이 참여했다.
한국 학생들의 평균점수는 수학 527점, 읽기 515점, 과학 528점으로 PISA 2018대비 각각 1점, 1점, 9점 상승했다. 반면 OECE 평균 점수는 수학 472점, 읽기 476점, 과학 485점으로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7점, 11점, 4점 떨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PISA 2018대비 OECD 회원국의 평균 점수는 모든 영역에서 하락한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과목 평균 점수가 올랐다”고 밝혔다.
점수가 상승하면 순위도 올랐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은 수학 1~2위, 읽기 1~7위, 과학 2~5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8년에는 수학 1~4위, 읽기 2∼7위, 과학 3∼5위를 기록했다.
전체 참여국 중에서는 한국이 수학 3~7위, 읽기 2~12위, 과학 2~9위였다. 2018년에는 수학 5~9위, 읽기 6∼11위, 과학 6∼10위였다. PISA는 평균점수 오차를 고려해 순위를 범위로 매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2020년 5월부터 2년여간 원격 수업이 병행되는 등 학교교육 공백이 발생했지만, 점수와 순위 모두 오른 셈이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좋은 성적을 거둔 배경에는 다른 나라에서도 모범 사례로 들 만큼 우수한 원격 교육과 잘 발달된 사교육이 있다"며 “사교육기관을 배척하기보다는 공교육기관관 민간교육기관이 협업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학 과목의 경우 학교 내 학생 간 차이, 학교 간 차이는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간 성취 수준 차이에 의한 ‘학교 내 분산 비율(98.1%)'은 OECD 평균(68.3%)보다 높았다. 학교 간 성취 수준 차이에 의한 ‘학교 간 분산 비율(40.3%)'도 OECD 평균(31.6%)보다 다소 높았다. 쉽게 말해 다른 국가와 비교해 학교 격차가 심한 셈이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학생간 격차와 학교간 격차 모두 OECD 평균보다 높다”며 “성적 좋은 학생들은 공교육과 사교육 모두의 도움을 받고, 성적 낮은 층은 도움 적게 받는다고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별 성취도를 살펴보면 수학에선 남학생의 점수가 높았고, 읽기와 과학에선 여학생의 점수가 높았다. OECD 평균은 수학에서 남학생의 점수가 높았고, 읽기에서 여학생의 점수가 높았다.
PISA 2018와 비교하면 남학생의 수학, 과학 평균 점수는 상승했고, 읽기 평균 점수는 하락했다. 반면 여학생의 평균 점수는 모든 영역에서 상승했다.
교육부는 이번 결과를 기존에 추진 중이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공교육 경쟁력 제고, 사교육 경감 등 다양한 정책 추진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PISA 성취를 유지 또는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교수학습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영상회의를 통해 PISA 2022 결과 국제발표회에 참석해 일본, 에스토니아, 우크라이나 교육 분야 장관들과 함께 PISA 결과와 미래교육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는 이번 발표회를 계기로 다른 나라의 미래 교육 대전환 방향을 배우고 이를 교육혁신 동력으로 삼아 관련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