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를 점령한 이스라엘군이 남부 최대 도시 칸유니스에 대한 공습을 본격화했다. 이달 재개된 교전으로 민간 희생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스라엘이 가자 내 지하 터널을 바닷물로 침수시키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 시간)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군은 가자 제2의 도시 칸유니스 중심가에서 5㎞가량 떨어진 데이르알발라까지 진격했다. 남부 곳곳에 진입한 수십 대의 장갑차와 탱크 등의 모습도 포착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군이 가자 남부에서도 작전을 시작했다”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제거와 모든 인질의 귀환이라는 목표 달성 전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칸유니스 주민들에게는 “당장 이집트 국경 지역인 라파 등으로 떠나라”는 대피령이 내려졌다. 그러나 지역 구호 기관에 따르면 라파 역시 이날 군용기의 공격을 받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피 명령을 받은 민간인들이 목숨을 부지할 곳이 거의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 가자 남부에는 피란민을 포함해 전체 인구의 70%가 몰려 있다. 이날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이스라엘군으로부터 24시간 내 가자 남부 보급 창고를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하마스 지도부가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칸유니스에서의 전투는 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은 바닷물을 끌어와 지하 터널을 침수시키는 계획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가자 알샤티 난민 캠프 부근 지점에 바닷물을 끌어오기 위한 대형 펌프를 최소 5대 설치해둔 상태”라고 전했다. 펌프를 가동할 시 지하 터널은 몇 주 내로 물에 잠기게 된다. 다만 이 계획을 실행할 경우 가자 내 인도주의적 참사의 주요 원인인 식수 부족을 심화하고 지역 수질·토양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민간인 희생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1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휴전 협정 위반을 이유로 군사작전을 재개한 후 팔레스타인인 900명이 사망했다. 10월 전쟁 발발 이후 사망자는 1만 6000명에 달하며 이 가운데 70%가 아동과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