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서방이 첨단 기술 수출 규제를 나날이 강화하자 중국은 화웨이를 앞세워 ‘반도체 자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자동차 업계 역시 차량용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거나 자국산 제품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내재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파워반도체 양산에 이어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고도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고급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기술 격차를 점차 좁혀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선 중국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최근 잇따라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 최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조 업체인 창청자동차는 반도체 자회사의 장쑤성 우시 신공장에서 전기차 모터를 돌리는 인버터의 핵심 부품인 파워반도체에 대한 생산을 시작했다. 해당 제품은 자사의 ‘하발’ 시리즈에 탑재될 예정이다. 창청자동차는 “기술 장벽을 뚫고 파워반도체 생산에 착수했다”며 “새로운 진전”이라고 자평했다.
볼보·폴스타 등을 거느린 지리자동차그룹은 이미 자체 개발한 차량용 반도체 ‘롱잉원’을 산하 브랜드 링크앤코의 차량에 탑재하고 있다. 롱잉원은 지리자동차와 ARM차이나의 합작사인 신칭커지가 2021년 개발에 성공한 7나노(㎚·10억분의 1m) 반도체다. 지리자동차는 향후 해당 제품의 적용 범위를 다른 브랜드와 차종으로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상하이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자동차는 중국과 미국에 반도체개발팀을 조성한 데 이어 최근 자율주행차 등에 필수적인 라이다 센서를 제어하는 반도체를 양산하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 자동차 업계가 파워반도체보다 개발이 어려운 연산 등 정보처리를 해내는 고도 반도체까지 국산화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핵심 부품 조립부터 전기차 제조까지 모든 생산 단계를 수직계열화한 비야디(BYD)에 이어 중국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이 공급망 자립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중국 전기차 선두 업체인 BYD는 전기차의 3대 핵심 기술로 불리는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장치(ECU)를 모두 자체 조달하는 유일한 자동차 제조사다. 수직계열화는 BYD가 비용 절감을 통해 저가형 전기차를 출시할 수 있는 기반으로 꼽힌다. 올 들어 10월까지 BYD는 중국에서 120만 대가량의 전기차를 판매한 반면 테슬라는 46만 대 수준을 파는 데 그쳤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각종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동원해 기업들의 반도체 국산화 및 내재화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파워반도체 국산화율은 15%, 자율주행 등에 필요한 고도 반도체의 국산화율은 5% 수준으로 미미하다. 이에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가 첨단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한편 자동차 업계는 아직 미국의 제재 영향을 받지 않는 차량용 반도체 자체 생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화웨이를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전략적 영역에 있는 기업들까지 중국의 중요한 무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