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정부가 재외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전격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증가가 장기적으로 국내 의료관광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의료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27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열고 한국 국적을 갖고 외국에 거주 중인 영주권자, 유학생 등 재외국민의 비대면 진료를 전격 허용하는 내용의 ‘신산업 분야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의료법을 개정해 현재 시범운영 중인 비대면 진료대상 환자에 재외국민을 포함시키기로 한 게 주된 내용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20년 6월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해 재외국민 대상의 비대면진료 및 상담 서비스를 임시 허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건강을 위협받는 해외 근로자와 가족을 포함해 언어적 차이, 낮은 의료수준 등으로 애로를 겪는 교민, 유학생 등에 대한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려는 취지였다. 지난 3년 6개월 동안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진료·상담서비스를 허가받은 의료기관과 업체는 31곳에 달한다.
강북삼성병원은 2021년 7월 외교부 129개 재외공관의 비대면 의료상담 사업을 수주한 후 월평균 120건이 넘는 서비스를 소화했다. 민간규제샌드박스 1호로 허가를 받았던 라이프시맨틱스는 2021년 6월 이후 1년 만에 비대면진료 건수는 약 52% 증가했고, 진료 국가는 기존 영국·스위스·중국에서 미국·호주·케냐 등으로 확대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비대면 진료로 발생하는 수익보다는 환자가 국내로 입국해 치료를 받으면서 발생하는 수익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부민병원의 경우 지난 2년간 194건의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를 시행했으며 발생한 진료수익은 659만원이었다. 이후 비대면 진료가 해외환자 유치로 이어지면서 900만원 이상의 추가 진료 수익이 발생했다.
문제는 비대면 진료가 재외국민을넘어 외국인 환자 유치로 이어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점이다. 2019년 49만명에 달했던 국내 유치 외국인 환자 수는 지난해 24만명을 기록해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미래헬스케어추진단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재외국민과 달리 외국인 대상의 비대면진료는 해당 국가에서 불법 의료로 간주될 수 있다”며 “외국인 대상 비대면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국가 간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1000만원에 달하는 해외 보상 보험비를 낮추고 정부가 공공 네트워크를 활용해 현지 대사관과 병원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