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가 2대 주주인 일본 다이소산교(대창산업)의 지분 전량을 500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22년 만에 일본측 지분을 완전히 청산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해온 일본계 기업이라는 논란을 씻어내면서 토종 생활용품 업체로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아성다이소의 최대 주주인 아성HMP는 최근 일본 다이소산교가 보유한 지분 34.21%를 약 5000억 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완료하며 자금 납입을 마쳤다. 이에 따라 기존 최대 주주인 아성HMP 지분율은 50.02%에서 84.23%로 늘게 됐다.
아성다이소의 전신은 창업주 박정부 회장이 1992년 설립한 아성산업이다. 박 회장은 1997년 아스코이븐프라자 1호점을 열면서 생활용품 판매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2001년 일본에서 100엔 샵 다이소를 운영해온 다이소산교가 약 4억 엔(38억 원)을 투자하면서 사명을 아성다이소로 변경했다.
다이소산교는 당시 투자로 지분 34.21%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박 회장의 특수관계자인 박영주(13.9%)와 박수연(1.87%) 씨가 일부 지분을 보유 중이어서 아성다이소는 박 회장 등 아성그룹이 100%를 확보하게 됐다.
다이소산교는 아성다이소로부터 상품을 독점 공급받기 위해 지분 투자를 결정했고, 아성다이소 역시 독점 납품 계약이 파기될 위험을 방지하려 다이소산교의 투자를 받았다. 양측은 지분 투자 이후에도 일본측이 경영에는 개입하지 않기로 해 아성다이소는 다이소 브랜드 명칭과 관련한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일본 다이소산교가 아성다이소의 실적 성장에 주목하며 경영 참여와 배당금 확대를 요구하자 박 회장이 2대 주주 지분 매입을 전격 결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3월 아성다이소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2명과 감사 1명에 일본측 관계자가 포함돼 배당금 확대를 실현할 여건도 갖춰졌다.
아성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산교의 지배력이 커질수록 배당금 확대에 따른 실적 악화가 우려돼 지분 매입 결정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일본측도 2001년 투자 당시 38억 원의 지분 가치가 22년 만에 5000억 원으로 100배 넘게 불어나자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성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산교와 지분 관계를 청산하면서 국민 생활용품점으로 입지를 강화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일본측 지분 투자 이후 법인명에 '다이소'를 포함한 만큼 새로운 브랜드 이미지를 세워 나갈지 주목된다. 아성다이소는 2019년 일본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확산될 당시일본측 지분 투자와 다이소라는 브랜드 때문에 일본계 기업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아성다이소는 빠른 상품 공급과 유통 비용 절감을 위해 물류 센터 확보를 위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올 10월 3500억 원을 투자해 세종시에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 건립에 나섰으며 경기도 용인의 남사허브센터와 부산허브센터를 각각 두고 있다. 아성다이소는 전국에 1500여 개 점포를 운영 중이며 지난해 매출은 2조 9458억 원, 영업이익은 2393억 원을 달성했다.
아성그룹은 물류 거점 확대에 맞춰 e커머스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최근 아성다이소 계열사인 한웰이쇼핑이 운영하는 다이소몰을 주축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개편, 전국 익일 배송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성다이소를 자회사로 둔 아성HMP는 자체 개발한 6만 여종 이상의 주방 및 인테리어 등 생활용품을 미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 공급하며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