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장애 편견 깬 고양이 이야기, 널리 알리고 싶었죠"

동화 '미래와 그래' 펴낸 김혁 테마파크공작소 대표

주인공 등장한 뇌성마비 고양이

'장애 부정적 인식' 바로잡길 기대

'딩동댕 유치원' 등 방송작가 경력

테마파크 기획자 본업에 주력 계획

김혁 작가가 서울 사당동의 한 커피숍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혁 작가가 서울 사당동의 한 커피숍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미래’를 기르고 난 후 다른 고양이를 본 딸이 ‘저 고양이는 안 넘어지네’라며 깜짝 놀라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첫 고양이가 ‘미래’라서 똑바로 못 걷고 픽픽 쓰러지는 고양이가 오히려 정상이고 표준이었던 거죠. ‘미래와 그래’ 이야기를 통해 장애란 그저 조금 다르고 조금 불편한 것일 뿐 결코 비정상적이고 차별받을 이유는 되지 못한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천성 뇌성마비 고양이 ‘미래’와 다리 하나가 없는 세 발 고양이 ‘그래’와 함께 살고 있는 김혁 작가는 최근 두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 ‘미래와 그래’를 쓰고 펴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래와 그래’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동화이지만 어린이들이 좀 더 많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김 작가는 “기르면 기르고 말면 마는 고양이, 똑바로 서는 것조차 하지 못해 사람이 돌봐줘야 하는 고양이는 우리 사회에서 소수 중에 소수, 그중에서도 소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부정적 인식이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아이들이 ‘정상성’과 ‘차별’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기여하면 좋겠다”고 했다.

BBC뉴스코리아를 통해 방영됐던 미래의 모습. 사진 제공=BBC뉴스코리아BBC뉴스코리아를 통해 방영됐던 미래의 모습. 사진 제공=BBC뉴스코리아



김 작가는 책을 통해 ‘미래’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했다. 그는 “‘미래’ 덕분에 책도 쓰고 유튜브도 한다”며 웃었다. 사실 올해 만 열네 살이 된 ‘미래’는 고양이계의 ‘셀러브리티’라고 할 법한 유명묘다. 뇌성마비 장애로 똑바로 걷지도 못하는 고양이가 가족의 보살핌으로 십수 년째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소식은 TV 프로그램 ‘동물농장’ 등을 통해 여러 번 알려졌고 BBC 뉴스를 통해 세계로도 전해졌다. ‘미래’의 이야기는 2015년에도 한 차례 책으로 나왔고 이번 책 역시 출간 전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해 목표를 200% 달성했다.

관련기사



물론 김 작가가 말하는 고마움이 성공에 관한 것은 아니다. 사실 ‘미래’를 기르는 수고를 생각하면 보상은 지극히 미미해 보인다. 일례로 ‘미래’는 몸을 가누지 못하기에 아침저녁으로 가족들이 용변을 봐줘야 하고 몸도 자주 아파 병원비만 한 번에 수백만 원이 든다. 김 작가는 “예쁜 품종 고양이도 많은데 이렇게 아픈 고양이를 값비싼 병원비까지 들여가며 왜 기르느냐고 많이들 묻는데 사실 나도 처음에는 답을 잘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지금껏 ‘미래’를 안고 쓰다듬으며 받았던 위안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다고 한다. 작가는 “작고 힘없는, 심지어 장애까지 있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이 생명체가 우리 인간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평화를 주는지를 공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동화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여겨졌던 장애 고양이들이 우주 최강의 영웅이 돼 악당을 물리치고 아이들을 구해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래’와 ‘그래’가 누구보다 강한 고양이로 등장한다는 점이 특히 재밌다. 김 작가는 “장애를 가진 고양이들이지만 이야기 속 세상에서는 그 어떤 고양이보다 용맹하고 지혜로운, 그래서 가족과 친구들을 악당으로부터 지켜내는 영웅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동화 속 ‘미래’는 아이들을 괴롭히는 귀신과 맞서던 마을 고양이들이 모두 쓰러진 후에도 마지막까지 홀로 생존해 고양이와 아이들을 모두 구해낸다. 이때 뇌성마비 탓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미래’의 신체는 오히려 악당 묘두사의 공격을 피하게 해주는 강점이 된다.

인터뷰 도중 “미래 덕분에”라는 말을 여러 차례 꺼낸 김 작가지만 사실 고양이만큼 주인도 유명하다. 그는 EBS 교육방송의 ‘딩동댕 유치원’을 비롯해 SBS·KBS·MBC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방송작가로 경력을 쌓았다. 1993년에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아마겟돈’을 기획·제작했으며 지금껏 6권의 책을 펴냈다. 또 20년째 테마파크 기획과 컨설팅, 마스터플랜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테마파크 전문가이며 2021년까지 통영관광개발공사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미래와 그래’의 집필을 끝낸 그는 최근 법인인 테마파크공작소를 설립, 테마파크 및 놀이장치 기획자라는 본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통영관광개발공사 사장을 지내며 좋은 관광 장치의 설립이 지역 관광에 얼마나 큰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며 “‘미래와 그래 아저씨’가 본업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웃었다.

글·사진=김경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